SK온 흑자 기반 마련 절실, 지동섭 IRA 업고 수율 개선 고삐 죈다

▲ SK온이 국내 2차전지 셀 제조사 3곳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SK온이 국내 2차전지 셀 제조사 3곳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사장으로서는 올해까지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AMPC) 세액공제 혜택이 가뭄의 단비 같이 여겨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액공제 혜택 같은 외부적 요인이 아닌 수율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자체 흑자 기반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10일 배터리업계와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SK온은 올해 자력으로는 흑자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1분기에 직전 분기 대비 영업적자가 더 확대된 것으로 추산된다.

주요 증권사의 SK온의 1분기 영업손실 추산치를 살펴보면 NH증권 4123억 원, 대신증권 3994억 원, 하나증권 3623억 원 등으로 모두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2566억 원)보다 적자가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SK온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9912억 원을 냈는데 올해도 상당한 수준의 영업손실을 거둘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증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적잖은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는 점은 지 사장으로서는 부담 요인일 수밖에 없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시장은 소수 셀 제조사 중심의 과점 구조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증설과 밸류체인 내 파트너십 구축이 경쟁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SK온과 같은 셀 제조사로서는 증설을 위해 많은 투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SK온은 올해에만 7조 원 가량을 투입해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와 차입 등을 진행하며 투자 자금을 마련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외부자금 조달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일단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하는 데 따른 각종 비용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불리한 조건 아래 자금을 조달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일각에서는 SK온이 포드와 추진하던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공장 계획이 무산된 배경 가운데 하나로 투자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생산지역의 선택과 집중을 고려해야 하는 내부 사정을 지목하기도 했다. 

물론 SK온이 효율적 투자 재배분 차원에서 수익성이 높은 곳 위주로 투자 계획을 수정하기 위해 튀르키예 투자 계획을 철회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투자 계획이 위상 확대를 위한 공격적 증설보다 수익성 제고에 방점을 찍었다는 것 자체가 넉넉지 않은 자금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비쳐질 여지가 큰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혜택이 올해부터 적용된다는 점은 SK온이 적자 폭을 줄이거나 흑자 전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7일 올해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며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1003억 원을 영업이익에 반영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혜택 7천억 원이 SK온 영업이익에 반영될 것으로 추산했다. 2024년에는 8300억 원, 2025년에는 2조7천억 원으로 세액공제 수혜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연구원은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를 실적에 반영하면 올해 적자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며 "시장 상황에 따라 흑자전환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바라봤다. 

지동섭 사장으로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적자기조가 이어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가 가뭄의 단비처럼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액공제 혜택에 의존해 손실 폭을 줄이거나 흑자를 내는 것은 기업 경쟁력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본질적 개선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국내 셀 제조사 3사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지난해 각각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2천억 원, 1조8천억 원을 넘으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는데 SK온만 나홀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배터리업계에서는 SK온이 매출 측면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율 안정화가 더뎌 수익성이 부진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통상 가동 공장의 수율이 90% 이상이 될 때 수율이 안정화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본다. SK온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신규 공장들의 수율은 80%가량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동섭 사장은 올 한해 수율 개선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 사장은 3월30일 열린 SK이노베이션(SK온 모회사) 정기 주주총회에서 “수익성 개선 핵심 과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수익성 턴어라운드를 가시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올해 수율 개선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SK온의 최우선 과제라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SK온 흑자 기반 마련 절실, 지동섭 IRA 업고 수율 개선 고삐 죈다

▲ 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사장은 수율 개선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수율 개선을 염두에 둔 배터리 품질관리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온은 미국과 헝가리 글로벌 품질인증센터 (G-VC) 투자를 위해 총 5200억여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고 SK이노베이션이 7일 공시했는데 이는 품질관리를 통한 수율 개선 효과를 보기 위한 투자 결정으로 읽힌다. 

SK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2차전지에 대한 투자심리가 워낙 좋은 상황이라 재무적 투자자를 통한 자금 조달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고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프리 IPO외에도 투자 재원은 다양한 방법으로 마련하고 있다”며 “영업 본격화에 따른 현금흐름 창출, 투자하는 국가의 인센티브 및 정책금융, 국내외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을 통한 20억불 파이낸싱, 합작을 통한 파트너사와 투자금 분담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율이 낮은 것은 공격적 증설 초기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데 신공장 노동자들의 숙련도가 높아지고 공정이 효율화되면서 수율도 점차 안정화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SK온은 2022년 말 기준으로 수주잔고가 290조 원을 넘었다. 지난해 SK온 매출(7조6177억 원)의 38배 가량 되는 일감을 쌓아놓고 있는 셈이다. 이에 SK온이 기존 공장뿐 아니라 신규 건설 공장에서 수율 개선을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영업이익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증권업계에서 나온다.

김도현 SK증권 연구원은 "SK온이 올해 하반기부터 점진적 수율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