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이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 소니와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니는 혼다와 함께 자율주행차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데 자율주행차에는 대용량·고성능 반도체가 필수적인 만큼 삼성전자와 손을 잡을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경계현 소니 회장과 회동, 삼성전자 자율주행용 반도체 소니차에 공급하나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회장과 최근 들어 두번이나 만나면서 삼성전자와 소니가 차량용 반도체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


7일 재계에 따르면 요시다 겐이치로 회장을 비롯한 소니 경영진이 6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경계현 사장과 함께 반도체 라인을 살펴보고 천안와 온양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패키징 시설도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경계현 사장과 요시다 회장의 만남은 약 3개월 만이다. 경 사장은 지난해 11월24일 소니 본사를 방문해 요시다 회장과 논의를 진행했는데 당시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니와 혼다가 공동개발한 자율주행차 '아필라'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경 사장은 아필라 사진과 함께 “1980년대 초에 소니 워크맨은 청춘들의 드림이었다. 그랬던 소니에서 자율주행차를 (혼다와 함께) 만들고 있다. 변화다.”라는 글을 적었다.

삼성전자와 소니는 경쟁사이면서 협력사이기도 하다.

이미지센서 분야에서 소니는 삼성전자의 최대 라이벌이지만 삼성전자로부터 메모리반도체를,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는 TV 패널을 공급받고 있다. 이에 더해 차량용 반도체도 삼성전자와 협력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소니는 혼다와 전기차 합작법인 '소니혼다모빌리티'를 세우고 2026년부터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자율주행 레벨3는 특정 구간에서 운전자의 개입이 최소화되고 비상시에만 운전자가 대응하는 단계를 말한다.

소니는 자율주행차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미지센서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미지센서는 자율주행차는 ‘눈’으로 현재 테슬라 모델3 자동차에는 14개의 이미지 센서가 들어가는데 향후에는 24개까지 탑재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를 움직이게 하는 또 다른 핵심 부품인 반도체에서는 외부 협력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대용량·고성능 반도체는 자율주행차에 필수적인 부품이다. 현재 내연기관차 한 대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200개 정도인데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차가 제대로 구동하려면 약 2천 개의 반도체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소니는 안정적으로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협력사로 삼성전자를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계현 소니 회장과 회동, 삼성전자 자율주행용 반도체 소니차에 공급하나

▲ 소니와 혼다가 공동개발한 자율주행차 '아필라'.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모두에서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키우려 하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되면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관 옴디아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2021년 500억 달러(약 65조 원)에서 2025년 840억 달러(약 110조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2015년에서야 차량용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뒤늦게 진입했다. 하지만 기존 반도체 제조 노하우를 활용해 2025년에는 차량용 메모리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초에는 ‘CES 2023’에서 차세대 차량용 메모리반도체 ‘1TB BGA NVMe AutoSSD AM991’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최대 1TB(테라바이트)의 대용량 메모리를 제공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읽기, 쓰기 속도를 자랑하는 동시에 영하 40도~영상 105도의 온도 범위에서 안정적인 성능을 보장한다는 인증도 받았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부사장은 “2030년이면 자동차가 서버·모바일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3대 응용처로 성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서도 차량용 반도체에 주목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퀄컴 전 부사장이자 자율주행 반도체 전문가인 베니 카티비안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카티비안 부사장은 자율주행 관련 반도체 개발 전문가로 퀄컴에서는 ADAS(첨단운전보조시스템) 등 자율주행 시스템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테슬라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의 주요 고객 가운데 하나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3.0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14나노 공정으로 제조되고 있는데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4.0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를 두고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를 시작으로 소니, 애플 같은 IT기업과 BMW, 벤츠와 같은 기존 완성차업체까지 자율주행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도입한다면 차량용 반도체는 파운드리에서도 모바일, 서버 다음의 매출처로 떠오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많은 분야에서 반도체 수요가 감소한 것과 달리 차량용 반도체 판매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며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