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가 한국 통신시장을 흔들 메기가 될지 주목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위성통신기업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가 한국 통신시장을 흔들 ‘메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는 한국 진출 초기에는 일부 B2B(기업간거래)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심항공교통(UAM), 자율주행, 6G 등 신사업에서 국내 통신사들을 위협할 공산이 크다.
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스타링크 코리아’의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신청한 결과가 3월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스타링크 코리아는 이르면 올해 2분기부터 국내에서 위성통신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스타링크는 기존 위성통신의 단점을 대체하는 신개념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이다. 위성의 궤도가 낮은 만큼 짧은 전파 도달 거리를 활용해 저지연 통신을 구축할 수 있다.
광케이블로 연결하는 지상 인터넷과 달리 모든 연결이 무선으로 이뤄지는 만큼 통신 설비의 제약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기지국을 설치하기 힘든 산, 사막, 바다 한 가운데 등 이동통신 네트워크 소외지역에서 활용도가 높다.
스타링크의 국내 진출은 우선 테슬라 전기차 충전소(슈퍼차저)에 와이파이 망을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 차주들이 슈퍼차저에서 전기차를 충전하는 시간에 스타링크를 이용해 차량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북미와 유럽 슈퍼차저에는 2022년부터 스타링크 전파 수신기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스타링크가 국내 제4이동통신사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정부가 KT와 LG유플러스로부터 회수한 5G 28GHz 주파수를 스타링크가 할당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타링크는 미국 등 대다수의 국가에서 업링크(지구국에서 위성으로 신호가 전달되는 통신로) 주파수로 28GHz 대역을 활용하고 있다.
다만 스타링크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28GHz 주파수를 할당받을 사업적인 이유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좀 더 우세하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스타링크의 국내 서비스가 임박했다”며 “스타링크가 28GHz 주파수를 할당 받을 가능성은 낮지만 국내 통신시장에서 경쟁 강도를 높일 가능성은 있다"고 바라봤다.
스타링크의 국내 통신시장 진입이 당장 국내 통신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이 구축된 한국에서 현재 위성통신이 필요한 지역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타링크 안테나 설치만 70만 원, 월 이용료는 15만 원 이상으로 국내 통신사의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가격경쟁력도 떨어진다.
이에 따라 스타링크는 사업 초기에 일반 소비자보다는 B2B(기업간거래) 위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 . |
하지만 스타링크가 장기적으로 UAM(도심항공교통), 자율주행, 6G 등에서 국내 통신사에게 강력한 경쟁자가 될 가능성은 있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지상망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6G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전용 단말기와 접시형 안테나 하나면 실시간으로 위성에 접속할 수 있고 5G 통신보다 자율주행차량, 도심항공교통(UAM),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등을 한층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준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실장은 2022년에 열린 위성통신 콘퍼런스에서 “5G까지는 지상과 위성통신이 따로 존재했으나 6G 시대에는 지상과 위성의 수직통합 입체통신 기술이 본격 출현할 것”이라며 “하나의 통합 단말로 음영지역 없이 안정적인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고 어디서나 고속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내 통신사인 SK텔레콤과 KT도 각각 SK텔링크, KT SAT 등의 자회사를 통해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 통신사들의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국내 원천기술을 중심으로 2026년 1차 저궤도 통신위성을 발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영국 위성통신기업 원웹이 2019년 2월 처음으로 저궤도 통신위성을 발사한 것과 비교하면 7년이나 늦은 셈이다.
게다가 스페이스X처럼 위성통신을 수천 개씩 쏘아 올릴 수 있는 기업은 현재 국내에 없다.
정환수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차세대 통신시장 선점을 위해 글로벌 민간기업들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저궤도 위성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통신위성 개발 경험 부족, 산업기반 부족 등으로 위성통신 분야 경쟁력이 낮은 편이며 한국의 위성통신분야 기술 수준은 미국 대비 83.8%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