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TSMC 3나노 고객 확보 경쟁 치열, 수율과 단가 개선 사활

▲ 삼성전자와 TSMC가 3나노 파운드리 공정의 수율과 성능, 단가를 놓고 고객사 확보 측면에서 경쟁 강도를 점차 높여갈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TSMC가 3나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에서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순항하고 있다.

3나노 공정 기술에서 앞서가고 있는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제품의 완성도를 의미하는 수율 및 단가 경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대만 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는 브로드컴으로부터 3나노 반도체 칩 주문을 따내 애플과 퀄컴, 미디어텍, 엔비디아, AMD에 이어 추가 고객사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디지타임스는 반도체 공정 전문가를 인용해 “브로드컴의 새 반도체 칩은 TSMC의 파운드리 3나노 공정 라인에서 제작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폰용 모바일 반도체업체 퀄컴, 데이터센터용 인공지능 칩 설계기업 바이두 등 여러 대형 팹리스(반도체 설계) 고객사로부터 3나노 공정을 적용할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퀄컴은 ‘멀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략’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와 TSMC 공정을 모두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혀와 삼성전자는 TSMC와 완성도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TSMC가 지속적으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수율(양품 비율)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파운드리 고객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고품질의 반도체를 생산해 적절한 시점에 원하는 물량을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수율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계약관계를 맺기가 어렵다.

TSMC보다 빠르게 3나노 공정에서 양산에 들어간 삼성전자로서는 TSMC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생산 안정화를 빠르게 이뤄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삼성전자는 수율 안정화에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영국 경제매체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10월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 수율을 올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기존 핀펫에서 새로운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수율문제는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한 고객 유치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과거 '칩게이트' 논란을 겪은 적이 있어 이와 관련한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칩게이트 논란은 애플이 2015년 아이폰6S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위탁생산을 삼성전자와 TSMC에 절반씩 맡겼는데 삼성전자에서 생산한 프로세서를 탑재한 아이폰의 성능과 전력효율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온 사건을 말한다.

다만 전자업계에서는 3나노에 있어서 만큼은 삼성전자 수율을 향한 의구심이 주로 대만 쪽에서 흘러나온 정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와 TSMC의 수율에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TSMC와의 3나노 경쟁에서 마냥 불리한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TSMC가 ‘생산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서다.

전자업계에서는 TSMC가 확보한 파운드리 고객사 퀄컴과 미디어텍이 ‘비용’문제로 3나노 파운드리 공정 채택을 미루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TSMC의 3나노 공정은 웨이퍼 한 장당 비용이 2만 달러(약 25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5나노 공정의 웨이퍼당 가격이 1만6천 달러, 7나노는 1만 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가격이 대폭 오르는 것과 같다. 특히 7나노 파운드리 단가보다는 무려 2배 비싸다.

전자업계에서는 TSMC가 파운드리 업계에서 1위라는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비싼 가격을 책정한 면이 있다는 시각이 많다. 삼성전자는 TSMC에 대항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파운드리 업체이기 때문에 가격조건이 맞는다면 TSMC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표적 사례로 그래픽처리장치 팹리스 엔비디아가 공급망 다각화 차원에서 2020년 삼성전자를 파운드리 협력업체로 선택했던 것을 꼽을 수 있다.

엔비디아는 2024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그래픽처리장치 RTX5000을 놓고도 TSMC와 삼성전자를 놓고 가격과 수율, 성능을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IT매체 노트북체크는 “엔비디아는 TSMC의 생산가격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이를 건너뛰었다”며 “이를 고려하면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 RTX5000 시리즈 생산과정에서 삼성전자 3나노 기술을 채용한다고 밝혀져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바라봤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