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계묘년 새해를 맞아 위기의식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지난해 금리인상 기조에 힘입어 호실적을 내기는 했으나 새해에는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금융지주 회장들 신년사서 '위기' 강조, '변화'와 '도전' 극복방안으로 제시

▲ 금융지주 회장들이 새해 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면서 ‘변화’와 ‘도전’을 위기를 넘어서는 방법으로 제시했다.   

2일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등 4대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2023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올해 신년사에서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위기’였다.

함영주 회장은 10번, 윤종규 회장은 8번, 손태승 회장은 4번, 조용병 회장은 1번 각각 언급했다.

윤종규 회장은 “글로벌 경제는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는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국내 경기도 이러한 영향으로 실질 구매력 저하와 소비심리 위축이 이어질 전망이다”고 내다봤다.

함영주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위기를 말한다”며 “업의 본질적 위기라 할 수 있는 각종 지표와 시장의 변동성 확대, 인플레이션의 심화와 경기침체 전망에서 파생된 건전성과 유동성 이슈까지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용병 회장은 “지난 한 해 뜻깊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더욱 험난한 환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글로벌 위기의 폭풍이 거세고 3고 현상이 불러온 저성장 앞에 우리 사회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손태승 회장은 “기대보다는 불안감 속에 한 해를 시작하게 됐다”며 “글로벌 최고 금융회사 CEO들이 한 목소리로 걱정하는 ‘R(경기침체)의 공포’가 왠지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신년사를 따로 내놓지 않은 이석준 NH금융지주 회장도 이날 첫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올해 금융환경에 대해 “많이 어려울 것 같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금융지주 회장들은 위기가 새로운 도전과 성장을 위한 기회를 될 수 있다며 혁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윤종규 회장은 위기를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견디기 위한 ‘지속가능하고 내실있는 성장’을 강조했다.

윤 회장은 KB금융그룹이 2021년부터 추진해 온 중장기 경영전략인 ‘R.E.N.E.W’를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새롭게 정립한 ‘R.E.N.E.W 2023’을 제시했다.

‘R.E.N.E.W 2023’은 △핵심경쟁력 및 회복탄력성 강화 △글로벌 & 신성장동력 확장 △금융플랫폼 혁신 △지속가능경영 선도 △인재양성 및 개방적·창의적 조직 구현 등 5가지 전략 방향으로 구성되어 있다.

윤 회장은 “위기는 곧 기회다”며 “내실있는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 나간다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1등 금융그룹’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용병 회장은 ‘변즉생 정즉사(변화화면 살고 안주하면 죽는다)’라는 말을 앞세워 데이터 기반 개인화된 금융, 자본시장과 글로벌 경쟁력, ESG와 디지털 경쟁력, 문화 대전환 등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조 회장은 “새 중기 전략을 이정표로 삼아 신한과 함께하는 이해관계자 모두의 가치를 키워 나가자”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하자”고 말했다.
 
금융지주 회장들 신년사서 '위기' 강조, '변화'와 '도전' 극복방안으로 제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회장은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업의 경쟁력 강화’, ‘글로벌 위상 강화’, ‘디지털 금융혁신’ 등을 제시했다.

함 회장은 “비금융 부문에 대한 적극적 제휴와 투자를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업의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며 “국내에서 잘 하고 있는 IB, 자금, 자산관리 등 우리만의 강점과 노하우가 명확한 분야를 기반으로 해외로 진출해야 하고 가상자산, 메타버스 등 새로운 디지털 영역 개척에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도전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손태승 회장은 비은행부문 강화를 통해 위기를 넘어서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도 비은행부문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나타낸 것이다.

손 회장은 “시장 환경이 어려울수록 자회사들의 핵심사업 시장 지위를 제고하여 수익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며 “작년에 시장이 불안정하여 보류해온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 확대는 올해 속도를 높일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투자 벤처캐피털인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를 위한 입찰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업계는 우리금융지주가 국내 금융지주에서 3, 4위를 다투는 하나금융지주와 경쟁을 위해서라도 비은행 부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이석준 회장은 도전 정신을 앞세우면서 금융지주의 내실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경각심을 가지고 도전 정신으로 적극 개척해나가겠다”며 “내실을 다지고 실질적으로 진짜 금융지주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며 제가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우리 구성원이 움직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성원들과 대화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관료출신 외부인사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올라 ‘관치금융’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에 내부 소통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NH농협금융지주가 범농협의 수익센터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의 균형 있는 성장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