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재계에서도 2~3세 경영승계 본격화하면서 형제들끼리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9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한국화장품과 한불화장품이 형제기업이지만 경쟁구도에 놓인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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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철 한불화장품 회장. |
한국화장품은 임광정 회장이 1961년 설립한 뒤 승승장구했다. 1989년 한불화장품이 설립됐고 임광정 회장이 작고한 뒤 2세경영시대를 맞았다.
장남인 임충헌 회장이 한국화장품을, 삼남인 임병철 회장이 한불화장품의 경영을 각각 맡게된 것이다.
현재 한국화장품과 한불화장품의 경영실적만 놓고 보면 형인 임충헌 회장보다 동생인 임병철 회장의 성적이 더 낫다는 평가가 화장품업계에서 나온다.
한불화장품은 달팽이크림으로 유명한 브랜드 ‘잇츠스킨’을 앞세워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다.
잇츠스킨은 지난해 매출 2411억 원, 영업이익 991억 원을 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355%, 영업이익은 무려 1038% 급증했다. 잇츠스킨 제품이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덕분이다. 잇츠스킨은 지난해 12월 코스피에 입성했다.
화장품업계는 한불화장품이 시장변화에 따라 사업전략을 편 것이 사세 성장을 이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화장품시장이 브랜드숍 중심으로 재편되자 발빠르게 진출했고 고가 제품으로 마진율을 끌어올려 수익성을 개선한 점이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한불화장품은 최근 애경그룹으로부터 네오팜 지분을 인수했다. 잇츠스킨 유통망을 활용해 최근 화장품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코스메티컬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또 잇츠스킨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친 데 힘입어 한불화장품 기업공개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잇츠스킨이 기업공개 당시 공모가에 비해 현재 주가가 크게 떨어진 점은 부담으로 남아있다.
반면 한국화장품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누렸던 명성을 아직 이렇다하게 되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화장품은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과거 화장품 방문판매 시대에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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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충헌 한국화장품 회장. |
한국화장품(화장품 판매·임대사업)은 지난해 매출은 763억 원이었으나 10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화장품제조를 하는 한국화장품제조도 매출은 355억 원, 영업이익은 20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화장품업계에서 형제경영의 성과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로 서경배 아모레서픽그룹 회장이 꼽힌다.
서경배 회장은 국내 화장품 1세대 기업인인 고 서성환 창업주의 차남으로 화장품 사업을 물려받아 회사를 키운 경우다. 장남인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은 금융과 건설 계열사를 승계했지만 현재 사세가 아모레퍼시픽그룹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동종업계는 아니었지만 형제경영에서 동생의 성적표가 형보다 나았던 셈이다.
파리바게트와 삼립식품 등을 계열사로 둔 SPC그룹의 허영인 회장도 허창성 삼립식품 창업주의 차남이다. 허영인 회장은 샤니를, 형인 허영선 회장은 삼림식품을 각각 물려받았지만 결국 허영인 회장이 경영위기에 처한 삼립식품을 인수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