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핵심인 최첨단 친환경 미래도시 '더 라인' 조감도. 사우디아라비아가 5천억 달러(약 700조 원)를 투입해 건설하고 있다. <네옴 공식 홈페이지>
더 라인은 세계 최고 갑부의 대명사로 굳어진 셰이크 만수르(본명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 아랍에미리트 부총리보다 재산이 10배는 많다는 빈 살만 왕세자의 이상이 그대로 반영된 도시다.
빈 살만 왕세자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의미의 ‘미스터 에브리씽’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그리는 미래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타북주 2만6500㎢ 부지에 건설될 최첨단 친환경 미래도시 '더 라인' 조감도. <네옴 공식 홈페이지>
더 라인은 인구 900만 명을 수용하는 도시로 건설된다.
서울의 44배 규모 부지에 건설되는 지름 7km 규모의 팔각형 최첨단 산업단지 '옥사곤', 60㎢ 규모 관광단지 '트로제나'와 함께 사우디 네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 도시에는 도시를 관통하는 고속철도 외에는 도로도 자동차도 필요 없다고 한다.
자동차가 없으니 배기가스 배출도 없다. 도로 등 인프라를 설치할 필요가 없으니 기존 도시보다 공간 효율성이 높다.
이 도시에 사는 900만 명의 시민들은 직장을 비롯한 모든 생활시설에 걸어서 5분 안에 갈 수 있고 도시의 끝에서 끝까지 20분이면 종단할 수 있다.
이 설명을 보면 확실히 더 라인은 환경오염 문제, 인구과밀 문제 등 현재 인류가 직면해있는 범세계적 문제들을 해결해줄 도시로 보인다.
그런데 서울과 비슷한 규모의 인구를 품을 도시에서 어떻게 이런 생활이 가능할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더 라인이 도보 3분 거리인 200m 너비에 양옆으로 롯데타워 높이의 초고층 건물들을 일렬로 세워 조성하기 때문이다.

▲ 사우디아라비아가 건설하는 최첨단 친환경 미래도시 더 라인은 초고층 건물 안에 주거, 학교, 직장, 공원 등을 모두 조성한다. <네옴 공식 홈페이지>
빈 살만 왕세자는 올해 7월25일 더 라인 설계안을 발표하면서 "더 라인의 초고층 건물은 단순한 고층 건물과 달리 공공 공원과 보행자 구역, 학교, 집, 직장을 겹겹이 쌓아서 5분 이내에 모든 일상적 요구 사항에 쉽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더 라인은 옆으로는 걸어서 3분이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좁은 폭에 위로 하늘높이 솟은 도시인 셈이다.
여기에 도시의 길이는 170km로 그야말로 사막 위에 좁고 길게 그어진 한 줄기 직선 같은 모습이다.
외부에서 바라본 더 라인의 조감도를 처음 보면 이것이 도시라는 생각을 하기 쉽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학 교수는 일주일 전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에 올린 네옴시티 관련 영상에서 더 라인은 쉽게 말해서 “거울로 된 만리장성 같은 도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더 라인 도시의 설계는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커츠상’을 받은 세계적 건축가 톰 메인이 세운 건축사무소 ‘모포시스’가 맡았다.
모포시스가 처음 내놓은 더 라인의 초기 설계안은 도보생활이 가능한 규모의 작은 마을들을 일렬로 조성하고 그 아래 초고속열차를 놓아 하나의 도시로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유 교수는 “현재 더 라인의 모습은 모포시스의 초기 설계안과 많이 달라졌다”며 “설계사무소의 비공식 루트를 통해 들은 바로는 모포시스에서는 지금의 설계안을 안 하려고 했는데 빈 살만 왕세자가 워낙 강렬한 비전을 가지고 있어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초고층빌딩에 바탕한 고밀도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은 일치하지만 지금처럼 사막 한가운데 170km의 초고층 빌딩 벽이 양옆으로 거대한 성벽처럼 우뚝 선 모습은 왕세자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평소 첨단기술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 세계관을 담은 ‘사이버펑크’ 속 미래도시를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학 교수가 운영하는 유튜브채널 '셜록현준'에 올라온 '사우디 초호화 미러라인, 가능하냐고요?' 영상에 소개된 영화 블랙팬서 배경 도시 와칸다 모습 갈무리. <유튜브채널 셜록현준>
빈 살만 왕세자는 올해 7월 더 라인의 조감도를 공개한 자리에서 네옴시티의 구상이 비현실적이라는 일각의 지적을 두고 “더 라인은 지구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이 될 것이다”며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시작하는데 왜 일반 도시를 복사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실제 더 라인의 도시설계는 공간 측면뿐 아니라 도시환경과 시스템 측면에서도 미래지향적이다.
우선 더 라인은 100%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운영하는 도시로 설계됐다. 도시의 외벽이 미러(거울)라인으로 설계된 것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건물의 외벽이 유리 벽이면 지나친 온실효과로 에어컨 소비 등 에너지 소모가 많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는 한 방법이 반사율을 높이는 것이라는 점에 착안해 외벽에 미러(거울)를 적용한 것이다.
더 라인은 또 도시 내부 운영과 시민들의 생활 시스템에도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기술을 총동원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를 통해 도시 내부는 사계절 내내 온화한 기후환경을 유지하고 500m 초고층 빌딩 벽 사이 공간에는 초록의 나무와 풀이 자란다.

▲ 사우디가 건설하는 최첨단 친환경 미래도시 '더 라인' 조감도. <네옴 공식 홈페이지>
사막 위에 세운 아랍에미리트의 초호화 도시 두바이처럼 글로벌 경제와 관광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최첨단 미래도시 더 라인, 인공 눈으로 1년 내내 스키와 각종 스포츠활동이 가능한 친환경 관광단지 트로제나, 첨단산업단지 옥사곤으로 구성된 네옴시티는 이미 아시아올림픽평의회에서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개최지로 결정되기도 했다.
다만 최첨단, 친환경 미래도시 더 라인 건설의 현실 가능성을 두고 건축학계를 비롯 의구심어린 시선을 보내는 곳이 많다.
우선 건축학계에서는 더 라인의 설계안과 같이 초고층 빌딩 벽 사이 녹음이 푸르른 이상적 도시의 구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500m 높이의 빌딩이 양옆으로 들어서 있는 도시의 아래 부분은 일조권이 확보될 수 없다는 것이다.

▲ 사우디가 건설하는 최첨단 친환경 미래도시 '더 라인'을 위에서 내려다본 조감도. <네옴 공식 홈페이지>
그는 “더 라인은 결국 상층부에는 상류층, 잘 사는 사람들이 살고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계급이 수직으로 나눠지는 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저는 이게 디스토피아적 도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7월 더 라인 등 네옴시티 설계안이 공개된 뒤 “호화로운 초고층빌딩에 푸른 정원이 펼쳐진 이 지상낙원에는 대기오염 대신 녹지와 편의시설, 초고속 대중교통이 있다”며 “다만 (이 지상낙원은) 홍보용 영상으로만 존재해 실제로 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 건설업계는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서 ‘제2의 중동붐’을 기대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건설사 등 민간기업 22곳으로 구성한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지원단은 4일 ‘700조’ 프로젝트 일감 확보를 위해 사우디를 향했다. 이번 지원단에 참여하고 있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이미 네옴시티 더 라인에 철도터널을 만드는 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네옴시티의 최첨단 도시 더 라인이 한국 건설업계에도 ‘꿈의 도시’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