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갤럭시Z폴드4 가격을 동결하고 무게를 경량화하는 등 폴더블폰 대중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진은 노 사장이 현지시각 10일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 언팩 2022’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
[비즈니스포스트]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갤럭시Z폴드4의 흥행을 위해 가격동결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수익성을 낮춰서라도 ‘폴더블폰 대중화’에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인데 무게 경량화, UDC(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 개선 등의 상품성 향상과 결합돼 흥행몰이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차세대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Z플립4와 갤럭시Z폴드4를 공개하면서 갤럭시Z폴드4의 가격만 동결하며 사실상 폴드 위주의 판매 전략을 세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갤럭시Z폴드4 256GB 모델 가격은 199만8700원으로 전작인 갤럭시Z폴드3 256GB와 동일하게 책정됐다. 반면 갤럭시Z플립4(256GB) 가격은 135만3천 원으로 지난 모델보다 9만9천 원 인상됐다.
노태문 사장은 현지시각 10일 미국 뉴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폴더블폰 가격 책정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반도체 등 원자재 값 상승, 물류비 증가, 환율, 인플레이션 등 부정적 환경 속에서 가격 책정에 고민이 많았다”며 “그러나 폴더블폰의 대세화를 위해선 소비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가격이어야 한다고 봤다”고 대답했다.
노 사장이 그동안 원가절감 등 수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춰왔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은 이례적인데 그만큼 갤럭시Z폴드4의 판매량 확대에 힘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전작인 갤럭시Z폴드3은 갤럭시Z플립3에 비해 판매량이 부족했다. 2021년 기준으로 갤럭시Z플립3과 갤럭시Z폴드3 판매비중은 7대 3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갤럭시Z플립3이 100만 원 초반대라는 적정한 가격과 높은 휴대성, 세련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인 반면 갤럭시Z폴드4는 200만 원에 가까운 높은 가격, 휴대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무게 등이 판매 확대에 걸림돌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애플이 장악한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폴드 시리즈 흥행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
기존 스마트폰 사용자가 제공하지 못하던 사용경험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플립보다는 폴드폰이 삼성전자의 프리미엄폰 전략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폴드폰은 넓은 화면을 통해 개인 PC와 같은 경험을 선사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제품이다.
노 사장도 소비자들의 새로운 경험을 강조했다.
노 사장은 애플과의 프리미엄폰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이냐는 질문에 “MX사업부 내부에서는 지난해부터 슬로건을 '플래그십 퍼스트'라고 만들어서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 강화와 마케팅 강화에 더욱 노력하고 있다”며 “갤럭시 경험에 대한 부분들을 소비자들이 이해하고, 써보고, 만족하면 점유율을 격차를 좁혀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 뉴욕 체험관에서 참석자들이 '갤럭시 언팩 2022' 에서 공개된 신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삼성전자> |
갤럭시Z폴드4는 가격뿐만 아니라 다른 요인에 있어서도 대중화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를 제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갤럭시Z폴드4 무게는 263g으로 전작보다 8g 줄었고 이는 역대 폴드 시리즈 가운데 가장 가볍다. 2020년에 출시된 갤럭시Z폴드2와 비교하면 20g 가까이 무게가 감소했다.
두께도 기존보다 0.2㎜ 줄어들면서 예전과 비교해 손에 쥐었을 때 부담스러웠던 느낌이 상당히 완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갤럭시Z폴드4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됐던 휴대성 부분에서 상당히 유의미한 개선이 이뤄진 셈이다.
갤럭시Z폴드4는 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UDC) 구현도 상당히 자연스러워지면서 완성도 측면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영국 IT 전문매체 T3은 “갤럭시Z폴드4의 내부 카메라는 밝은 배경에서 볼 때 눈에 너무 띄었지만 차세대 제품에서는 이 모양이 덜 두드러진다”며 “갤럭시Z폴드4가 폴더블폰의 아이디어를 재발명하지 않았고 엄청난 혁신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현재 구매할 수 있는 최고의 대형 화면 스마트폰인 것은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노 사장은 이와 같은 가격 경쟁력과 완성도를 바탕으로 올해 폴더블폰을 1천만 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2025년까지 삼성전자의 프리미엄폰 판매량의 50%를 폴더블폰으로 채운다는 장기 목표까지 밝혔다.
다만 폴더블폰이 노 사장의 계획처럼 한국 외에 미국 등에서도 대중화가 되려면 ‘폼팩터’ 혁신 외에 ‘서비스’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애플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이길수 있는 것은 폼팩터가 아닌 애플 생태계의 힘 덕분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안드로이드 진영 스마트폰 업체들이 하드웨어 업그레이드와 폼팩터 변화에만 초점을 둔 있는 반면 애플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앱스토어, 애플뮤직, 애플 TV+ 등 iOS 생태계 서비스를 확대해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렸다.
삼성전자가 이번 폴더블폰 출시를 위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과 손잡고 최적화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것도 소프트웨어의 발전 없이는 폴더플폰 대중화가 요원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 사장은 “서비스 측면에서 모바일 산업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것에 대해 내부에서 활발히 토론하고 고민하고 있다”며 “앞으로 삼성전자 가전과의 연결성, 구글과 마이크로소트프트(MS) 등 파트너사들과의 협력해나가는 개방성 등 사용자 경험을 확대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