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대를 바라보면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지난 18년 동안 4배, 문재인 정부에서 2배가 뛴 서울 아파트값도 시장의 전반적 침체 분위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서울 아파트값은 이미 7주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대세 하락'을 예고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8년 만에 찾아온 고금리시대, '서울 집값 오늘이 제일 싸다'도 옛말 된다

▲ 전국 부동산시장이 가파른 금리인상에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값을 두고도 하락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19일 KB부동산 등 부동산시장분석기관의 자료를 종합하면 급격한 금리인상이 이어지면서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수년 동안 지속된 ‘셀러스 마켓’이 ‘바이어스 마켓’, 즉 매수인 우위로 전환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출이자 부담에 집을 팔려는 사람은 많아지는 반면 집을 사려는 사람은 가격 조정을 기다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현재 부동산시장은 약간의 하락세 속에서 급격한 거래절벽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 자체도 급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907건으로 2021년 6월(3943건)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이다.

거래절벽은 매도자와 매수자 진영의 극심한 눈치보기의 결과로 풀이된다. 매도자는 오른 집값대로 받으려 하고, 매수자는 그 값으로는 사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이다.

그러나 거래절벽 구분이 끝나고 집값이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 가격을 시세보다 낮춘 급매물이 늘어나면서 집값 하락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퍼져있다.

현재 서울 등의 집값은 최근 몇 년 초저금리 기조에 대출을 끌어안고 올라탄 ‘영끌족’이 상승을 이끈 부분도 많다. 그 만큼 금리인상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실제 한국지방세연구원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5월과 6월 두 달 동안 서울에서 매매거래가 이뤄진 아파트 208개 단지 가운데 136개 단지에서 이전 시세보다 가격을 낮춘 계약이 나왔다.

하락 거래 비중이 65.4%에  이른 셈이다. 서울의 하락 거래 비중은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대구(79.9%)와 세종(71.1%)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특히 지난해까지 이어진 저금리시대에 집값이 빠르게 오른 곳일수록 가격 조정폭도 컸다. 대표적으로 서울 구로구의 전용면적 59.8㎡인 한 아파트는 2020~2021년 사이 매매가격이 84.9% 올랐지만 올해 들어 실거래가가 39.8% 하락했다.

실제 각 부동산통계기관의 서울 아파트값 전망 관련 지표들도 하락 국면에 들어섰다.

KB국민은행 자료를 살펴보면 2022년 6월 서울 주택매매전망지수는 78.0으로 2019년 3월(74.3) 이후 가장 낮다. 같은 달 전국 주택매매전망지수는 81.5이었다. 

서울 전세전망지수도 93.4로 하락전망으로 돌아섰다. 주택매매 및 전세 전망지수는 100이상이면 상승 분위기가 강한 것이고 이보다 낮으면 하락 전망이 우세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내놓는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를 봐도 주택매수심리는 올해 5월부터 꺾이기 시작해 하락세가 깊어지고 있다. 

매매심리뿐 아니라 실제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아파트 가격 통계가 이를 보여준다. 7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첫째 주보다 0.04% 떨어졌다. 특히 2030세대 영끌 매수가 많았던 노원구와 도봉구 아파트값은 각각 0.1%, 강북구는 0.9% 씩 떨어졌다.

분양시장에서도 이런 분위기 나타나고 있다.

아직은 외곽 지역의 소형 평형이면서 가격이 싸지 않은 매물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서울 각 지역에서 청약 경쟁률이 낮아지고 계약 포기 물량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2년 5월 말 기준 서울 미분양 주택 물량은 688가구로 집계됐다. 올해 2월에는 미분양 물량이 47가구, 3월에는 180가구, 4월에는 360가구였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가파르다.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분양과 1차 계약을 마친 9개 단지로 따로 골라봐도 6개 단지에서 미계약 물량이 나왔다.

그동안 서울 아파트는 수요는 높은데 새로 공급할 땅이 없다는 논리에 따라 장차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왔다.

최근 몇 년 사이 서울 집값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내집마련에 관한 전반적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서울 집값은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이 유행어로 돌았다. 건설업계 등에서도 '서울은 아파트를 지을 신규택지가 없기 때문에 집값이 내리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동안 공급부족을 강조하던 전문가들도 최근 금리에 주목하고 있다. 금리는 수요공급 만큼 집값에 영향을 미치지만 오래 이어진 저금리시대 속에 무시돼  온 변수다. 그런데 지금은 8년 만에 금리 흐름이 뒤집어졌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했다. 이는 1999년 기준금리 제도가 도입된 뒤 처음 있는 일이었다.

특히 한국은 2015년 이후 8년 동안 저금리 기조가 계속돼 왔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정부의 유동성 확대 정책 등으로 ‘제로’에 가까운 초저금리시대가 열리면서 부동산시장도 초호황기를 맞았다.

실거주 주택 마련에 2030세대도 팔을 걷어붙였고 투자자산으로도 아파트 매매가 더 활성화됐다.

하지만 저금리시대가 저물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13일 한국은행의 빅스텝 단행을 두고 "앞으로 1년은 금리가 주택시장의 최대변수가 될 것이다“며 "금리인상 랠리가 마무리돼야 주택가격 하락도 진정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박 위원은 그동안 여러 부동산시장 관련 인터뷰와 콘텐츠 등에서 기준금리가 2%대를 넘어서면 대출이자를 부담할 수 있는 임계점을 지나는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 금리는 연 4.04~6.23%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 고정형도 금리 상단이 6.13%로 6%대를 넘어섰다.

이는 바로 한 달 전과 비교해도 금리 상단이 0.8% 가까이 오른 것이다. 

금리는 앞으로도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올해 말에는 기준금리 3%대, 대출금리 7~8%의 고금리시대가 열릴 것으로 바라본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