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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우현 MPK그룹 회장(왼쪽)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운데), 황효진 스베누 대표. |
오너 리스크는 일반적으로 오너(총수)일가의 비윤리적인 혹은 불법행위나 독단적 경영으로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는 것을 일컫는다.
한국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오너 리스크가 더 큰 위협이다.
특히 소비재기업의 경우 오너 리스크는 치명적이다. 실적악화와 주가하락으로 곧바로 이어진다.
오너리스크로 타격을 입은 소비재기업은 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 소비재 기업이 오너리스크에 더 취약
22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대림산업, 현대BNG스틸, 네이처리퍼블릭, 스베누, MPK그룹 등 최근 들어 오너리스크가 불거진 기업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오너의 갑횡포 논란이 가장 많았고 도박 등 불법행위나 혼외자 같은 사생활이 문제가 된 경우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오너들은 공통적으로 그들의 행위에 대해 대중들로부터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그런데 기업이 입는 타격의 정도는 달랐다. 모두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기는 했지만 소비재기업의 경우 실적에도 직격탄을 맞았다.
네이처리퍼블릭의 경우 지난해 말 정운호 대표의 도박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오너 리스크가 불거졌고 최근 전방위 로비, 횡령혐의까지 추가로 드러나 리스크가 더욱 커졌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올해 1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지난해 1분기보다 줄어들었다.
MPK그룹 역시 정우현 회장의 갑폭행사건으로 오너 리스크가 불거졌던 4월에 미스터피자 매장 매출이 감소했으며 스베누는 제품판매를 위해 땡처리까지 감행해야 했다.
이처럼 소비재기업들이 오너 리스크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소비재의 경우 기업 이미지 실추가 제품에 대한 신뢰성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 리스크로 기업 이미지가 하락하는 것은 모든 기업이 매한가지지만 소비재기업 의 경우 잘못 낙인이 찍히면 제품 이미지에도 금이 가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대기업집단 등에서 오너 리스크가 기업의 관리·통치 논란으로 이어질 경우 투자유치 등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재가 대체제가 많다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먹거리, 패션잡화 등 소비재는 동종·유사업체가 수없이 많다”며 “소비자들이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 굳이 이미지 나쁜 기업의 제품을 선택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오너 리스크 극복할 수 있나?
오너 리스크로 타격을 입은 소비재기업들 가운데 극복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충격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기업도 있다.
숙취해소음료 ‘여명 808’로 유명한 식음료기업 그래미의 경우 지난해 6월에 남종현 대표가 유도회 산하 중고유도연맹 회장이 무릎을 꿇으라는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상해를 입힌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때 불매운동이 일었다. 당시 남 대표는 대한유도회 회장을 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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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종현 그래미 회장. |
하지만 그래미는 여전히 1500억 원 규모의 국내 숙취음료 시장에서 30%대의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몽고식품 역시 지난해 말 김만식 전 명예회장이 운전기사에게 상습적으로 폭행과 욕설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매운동이 일었다.
몽고식품 매출은 오너리스크가 불거진 뒤 불매운동 등의 여향으로 한 때 반토막 나기도 했으나 이슈가 잠잠해지면서 대형마트 등의 매출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업들은 확고한 브랜드 가치 혹은 제품 경쟁력을 갖춘 덕분에 오너 리스크의 타격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리스크로 불매운동이 일 경우 단기간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브랜드 가치를 쌓았거나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 타격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몽고식품은 1905년 설립돼 111년 동안 장류 제품을 판매하며 브랜드 가치를 키웠다. 그래미의 대표 상품인 여명808은 세계 11개국에서 특허를 받은 숙취해소 음료다.
반면 섬유유연제로 유명한 피죤은 오너 리스크 여파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피죤은 2011년 창업주 이윤재 회장의 청부폭행 사건, 횡령 등으로 소비자들의 신뢰가 급격히 떨어졌고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었다.
피죤은 약 50%에 이르는 점유율로 국내 섬유유연제 시장 1위를 달리다 지난해에는 시장점유율이 20% 중반까지 떨어졌다. 매출도 2011년 1034억 원에서 지난해 800억 원으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피죤은 이윤재 회장 폭행사건에 남매간 경영권 분쟁 등으로 오너리스크가 이어졌다“며 ”피죤 섬유유연제 제품이 경쟁업체 제품과 비교에 차별성이 큰 것도 아니기 때문에 회복이 더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