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과 성동조선해양이 경영협력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두 조선사 모두 올해 들어 수주를 한건도 하지 못하고 있다. 수주절벽 앞에서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해양까지 챙기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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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2일 업계에 따르면 성동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단 한건의 수주실적도 올리지 못했다. 성동조선해양은 3월 말 기준 51척, 132만CGT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어 전세계 조선소 중 1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수주잔량은 빠르게 줄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의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60척, 156만8천CGT이었는데 석 달 만에 15% 이상 줄어들었다. 글로벌 순위도 13위에서 3계단이나 떨어졌다.
성동조선해양 채권단은 앞으로 수주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통영조선소에 있는 세개의 야드(작업장) 중 한 곳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연내 성동조선해양이 경영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대형조선사의 일감을 받아 운영하는 블록공장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성동조선해양이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3번 야드 매각도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현대산업개발과 매각을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인수가격과 대금지급 기한 등 조건 변경을 두고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부지는 성동조선해양의 비협약채권단이 1750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곳이다. 원만한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근저당권자들이 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성동조선해양에 가압류 등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성동조선해양은 더욱 경영난을 겪게 된다.
조선업계 전체가 불황으로 어려움에 빠져 있지만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 삼성중공업, 수출입은행과 경영협력협약을 맺으면서 경영정상화를 모색해 왔다는 점에서 최근의 경영난이 더욱 뼈아프다.
삼성중공업과 수출입은행,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 8월 성동조선해양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경영협력협약을 맺었다.
당시 삼성중공업이 채권단 자율협약 중인 성동조선해양을 떠안는 방식에 대해 무리수라는 지적이 많았다. 조선업황이 극도로 부진한데다 4+3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여겨졌다.
삼성중공업은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위탁경영 대신 경영협력 협약이라는 방식을 선택했다. 재무 등의 부담은 줄이고 영업과 생산 등에 집중해 시너지를 내려는 뜻이었다.
특히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수주다. 삼성중공업의 영업망과 성동조선해양의 생산능력을 결합해 대형선과 중형선을 함께 수주하는 블록딜 등으로 수주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말 김철년 전 삼성중공업 부사장이 성동조선해양 사장에 취임했다. 올해부터는 삼성중공업 전문인력이 성동조선해양에 상주하는 등 경영지원이 본격화됐다. 경영협력에 함께 나선 수출입은행도 오은상 부사장을 최고재무책임자로 파견해 힘을 보탰다.
하지만 성동조선해양은 경영정상화는커녕 오히려 법정관리 위기에 처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4월26일 구조조정협의체 회의에서 성동조선해양 등 중소조선사에 대한 법정관리 가능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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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년 성동조선해양 사장. |
임 위원장은 “성동조선해양은 삼성중공업과 경영협력을 하고 있지만 신규수주가 계속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영협력협약에서 가장 기대가 컸던 수주 분야에서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점은 협약을 맺은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삼성중공업도 수주를 못해 성동조선해양까지 챙길 여력이 없다. 삼성중공업 역시 성동조선해양처럼 올해 수주가 한건도 없다. 조선3사 가운데 올해 수주실적이 없는 곳은 삼성중공업이 유일하다.
삼성중공업의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86척, 472만CGT에서 3월 말 81척, 439만CGT로 감소했다. 최근에는 5조 원이 넘는 해양플랜트 건조계약이 취소되기도 했다.
매출 규모가 커 수주잔량이 줄어드는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수주 보릿고개에서 오는 타격은 성동조선해양보다 삼성중공업이 더 크다.
삼성중공업은 수주를 하지 못한 기간이 성동조선해양보다 더 길다. 삼성중공업의 마지막 수주는 지난해 10월이었고 성동조선해양은 11월이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