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나노젠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나노코박스가 조만간 베트남 정부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노코박스는 최근 베트남 의학윤리위원회로부터 안전성과 보호효과를 입증받았다. 베트남 의약품허가자문위원회는 이 자료를 토대로 긴급사용승인을 검토한다.
나노코박스가 상용화하면 베트남 최초의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이 탄생하게 된다. 나노젠은 베트남의 유일한 바이오시밀러기업으로 베트남 정부의 지원을 받아 나노코박스를 개발해왔다.
다만 진 회장에게 베트남에서 나노코박스의 성공은 에이치엘비 백신사업의 첫걸음에 불과하다.
에이치엘비는 8월 나노젠과 업무협약을 맺고 나노코박스에 관해 베트남, 인도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글로벌 지역의 권리를 인수했다. 에이치엘비가 백신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나노코박스를 베트남에 그치지 않고 세계적으로 상용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진 회장은 나노코박스가 지닌 여러 장점을 앞세워 저개발국가 중심의 백신 공급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뒤 세계보건기구에도 승인을 신청하겠다”며 “세계보건기구의 허가를 받고 나면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저개발국가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수월하게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노코박스는 재조합 단백질로 만든 백신이다. mRNA 백신 등과 비교해 개발이 까다롭고 제조시간이 비교적 오래 걸리지만 면역반응률과 안전성이 높고 부작용이 적으며 보관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도 도즈당 5.19달러 수준으로 기존 백신들과 비교해 저렴한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나노코박스를 포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중저소득국가(LIMC)에 공급되거나 공급될 예정인 백신 14종의 평균 가격은 도즈당 8달러에 이른다. 저중소득국가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006~3955달러인 나라로 베트남을 포함한 40여 개 국가를 가리킨다.
세계 전체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아직 60%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특히 소득이 낮은 국가일수록 접종률이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나노코박스가 저소득국가를 위한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진 회장은 나노코박스의 용도를 추가접종으로 확대하는 데도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델타, 오미크론 등 새로운 코로나19 변이가 꾸준히 나타나며 추가접종 백신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 백신을 추가접종용으로 승인받는 일은 비교적 수월하게 이뤄진다. 에이치엘비와 나노젠은 세계보건기구 등에서 나노코박스를 허가받으며 추가접종을 위한 절차도 진행할 공산이 크다.
진 회장은 앞서 나노코박스 권리 인수 협약을 맺을 당시 “나노코박스의 글로벌 권리를 확보해 향후 국내외 백신 수급의 활로를 열어가겠다”며 “추가적 기술 개발을 통해 다양한 변이에 효과적인 백신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에이치엘비는 베트남에서 나노코박스의 긴급사용승인이 내려진 뒤 나노젠과 글로벌 판권에 관한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앞서 나노코박스 임상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왔고 최근 베트남에서 코로나19가 다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만큼 베트남 정부는 나노코박스의 승인절차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나노코박스는 임상3a상에서 2차 투여 14일 후 항체생성율 96.5%, 혈청전환율 99.2% 등을 기록했다. 혈청전환율은 백신 접종 전과 비교해 항체가가 4배 이상 증가하는 시험대상자의 비율을 말한다.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베트남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9월 1만 명대를 웃돌았으나 10월 3천명 대까지 줄었다. 그러나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12월18일 1만5895명에 이르렀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