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백화점과 마트, 슈퍼, e커머스 등 각 사업부장들이 이제 대표라는 직함을 달았다.

롯데쇼핑은 명칭과 관련한 외부의 혼돈을 막기 위한 개편이라고 설명하는데 각 사업부 대표의 책임경영 수준을 높이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 사업부장에서 2년 만에 대표체제로, 이름 위에 책임경영 얹혀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1일부터 롯데쇼핑 각 사업부부장 이름이 각각 백화점사업부 대표, 마트사업부 대표, 슈퍼사업부 대표, e커머스사업부 대표로 변경됐다.

기존에는 각각 백화점사업부장, 마트사업부장, 슈퍼사업부장, e커머스사업부장이었다.

롯데쇼핑 각 사업부부장이 대표로 바뀐 것은 2019년 12월 이후 2년 만이다.

롯데쇼핑은 2019년 12월20일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대표체제로 운영됐던 백화점과 마트, 슈퍼, e커머스, 롭스(현재는 마트에 합병) 사업부문을 모두 사업부로 전환했다.

당시 롯데쇼핑은 “롯데쇼핑 원톱 대표이사체제의 통합법인으로 재편한다”며 “롯데쇼핑 통합법인은 롯데쇼핑 내 모든 사업부의 투자와 전략, 인사를 아우르며 기존 각 계열사들은 사업부로 전환해 각 사업부장들이 사업부의 실질적 사업 운영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 조직개편에 따라 각 대표들의 이름도 사업부장으로 변했고 이런 체제가 올해 11월까지 유지됐다.

이번 개편의 특징은 2년 전에 도입한 사업부체제는 유지하면서 사업부장 이름만 대표로 바꿨다는 것이다.

명칭 변화에서 롯데쇼핑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온이라는 각기 다른 분야의 사업들을 한 통합법인 안에서 모두 품고 있다. 하지만 각 업계마다 특성도 다른 만큼 조직운영도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면 백화점업계는 상품기획(MD)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백화점사업부는 MD전략부문, MD개발부문 등을 두지만 마트사업부와 슈퍼사업부는 MD와 관련한 조직을 두지 않는다.

대신 마트사업부와 슈퍼사업부는 신석식품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신선식품부문을 따로 운영한다.

e커머스사업부는 롯데그룹 유통계열사의 통합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특성으로 산하 조직에 백화점/뷰티부문, 마트부문 등을 두고 있다.

롯데쇼핑은 이들을 아우르는 최상위 조직으로 특징이 다른 각 사업부의 유기적 시너지를 고민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각 사업부의 오프라인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온라인 전환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과거 사업부체제를 도입하기 전에는 백화점 대표, 마트 대표, 슈퍼 대표가 전적으로 각 사업부문을 이끌었기 때문에 롯데쇼핑 통합법인 차원에서 전반적 전략을 짜는 데는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롯데그룹이 2019년 롯데쇼핑을 대표이사 산하에 여러 사업부장을 두는 원톱체제로 만든 것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사업부장체제 전환 이후 각 사업부장의 위상이 대표체제보다 낮아졌다는 인식이 생겨난 것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롯데쇼핑 내부에서는 사업부장과 대표라는 명칭을 섞어서 사용했지만 외부에서 볼 때는 사업부장의 역할이 축소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흐름에서 보면 롯데쇼핑이 각 사업부장에게 대표라는 이름을 부여한 것은 책임경영 의미를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롯데그룹의 조직개편을 통해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은 기존 BU(비즈니스 유닛)체제에서 유통BU장이 보유했던 것보다 더 많은 권한을 확보하게 됐다.

앞으로 유통군 소속 계열사의 전략적 시너지는 유통군 HQ에서 고민하게 된 것인데 각 사업부장에게는 대표라는 직함을 부여함으로써 실질적 사업운영에 좀 더 책임감을 부여한 움직임으로도 읽을 수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기존에는 일부 사업부장의 직급이 전무급이었으나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급으로 올라간 만큼 이에 걸맞게 격을 맞춘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사업부장체제 전환 이후 대표와 사업부장을 혼동하는 사례들이 많아 이런 혼란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