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SPA브랜드인 ‘스파오’와 ‘에잇세컨즈’, ‘탑텐’이 ‘유니클로’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토종 SPA브랜드들은 매출이 1천억 원대에 정체된 사이 유니클로는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유니클로는 4월에만 매장 6개를 내고 본사 차원에서 ‘가격인하’ 정책을 다시 펼치기로 해 토종 SPA브랜드들은 더욱 부담을 안게 됐다.
|
|
|
▲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왼쪽)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
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스파오와 에잇세컨즈, 탑텐 등 토종 SPA브랜드들이 유니클로를 따라잡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올해도 격차를 좁히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토종 SPA브랜드들은 ‘자라’와 'H&M‘ 등 글로벌 SPA브랜드들이 한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동안 매출을 꾸준히 늘리기는 했지만 몇 년째 매출이 1천억 원대에서 정체돼 있다.
패션업계 전문가들은 매출 2천억 원이 넘어야 신상품 개발을 위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 수 있다고 보는데 이 '마의 구간'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스파오와 에잇세컨즈, 탑텐은 지난해 거둔 매출이 모두 1500억~1700억 원에 머물렀다.
유니클로는 2005년 한국에 진출한 뒤 2015회계연도(2014년 9월1일~2015년 8월31일)에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토종 SPA브랜드들은 유니클로를 따라잡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신성통상의 탑텐이 가장 공격적으로 외형을 확장하는 있다. 신성통상은 일본브랜드인 ‘유니클로’를 겨냥해 ‘애국심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탑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1절 대규모 세일을 열었다. 지난해 독도의 날(10월25일)에 ‘독도는우리땅’ 세일을 벌여 판매수익의 10%를 독도사랑운동본부에 기부했다.
탑텐은 최근 유니클로가 가격인상 문제로 비난을 받는 점을 겨냥해 "신성통상은 가격을 속이지 않는 정직한 대한민국 패션기업"이라는 문구를 매장에 내걸었다.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은 “해외 SPA에 밀려 많은 국내 패션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탑텐을 통해 유니클로보다 가격은 더 싸고 품질은 더 좋은 옷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탑텐은 토종 SPA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은 1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말까지 230로 늘리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삼성물산의 에잇세컨즈도 ‘히트상품’을 내놓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유니클로가 글로벌 대표 SPA브랜드로 거듭나는데 히트텍(발열내의) 등 히트상품 개발이 한몫한 점을 벤치마킹한 셈이다.
에잇세컨즈는 지난 7일 업계 최초로 니트와 티셔츠를 결합한 ‘니티’를 출시했다. 비즈니스 웨어로 적절하지 못한 티셔츠에 니트원단을 사용해 캐주얼한 느낌을 줄였다.
에잇세컨즈는 지난달 ‘톤업 화이트 셔츠’를 내놨는데 아시아여성들의 피부색을 화사하게 보일 수 있도록 돕는 흰색 셔츠다. 홍익대학교 색채디자인 연구센터와 제일기획 빅데이터 센터 등과 협업해 피부톤에 따라 알맞은 색을 연구해 내놨다.
이랜드그룹의 스파오는 SPA의 개념을 의류에서 잡화, 액세서리, 생활용품 등으로 확장하며 전체 SPA브랜드 외형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토종 SPA브랜드들은 올해도 유니클로와 격차를 좁히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유니클로는 가격인상으로 소비자들로부터 불만이 쏟아지자 지난 2월부터 본사 차원에서 가격인하 정책을 다시 펼치면서 주력제품의 가격을 내렸다.
유니클로는 2014년과 지난해 가을 원자재 가격급등과 환율변동 등을 이유로 가격을 5%, 10% 두 차례 인상하면서 반발에 부딪쳤다.
유니클로는 한국에서 165개 매장을 운영해 SPA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은 매장을 두고 있다. 이달에만 6개의 신규매장을 서울과 수도권, 부산과 대구 등에 더 열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