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세와 함께 중동시장 발주환경이 좋아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삼성엔지니어링이 중동지역에서 기다리던 대형플랜트사업 수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증권가와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4분기부터 중동지역 국가들이 지연됐던 대규모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 발주를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베럴당 80달러 대로 7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는 등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중동 산유국들이 상반기 주춤했던 사업들을 추진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성안 사장은 중동 발주시장 회복으로 삼성엔지니어링 해외 수주실적에 크게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동 화공플랜트시장에서 수주결과 발표만 남겨두고 있는 사업들이 여럿 있는 데다 9월과 10월 각각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에서 업무협약 등을 체결하며 탄탄한 입지를 다졌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가 선정한 플랜트사업 기본설계(FEED)를 담당할 엔지니어링기업 후보군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삼성엔지니어링은 앞으로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가 발주할 사업에 관한 우선협상권을 지니게 된다.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는 19일 삼성엔지니어링을 비롯한 글로벌 건설사 15곳과 약 2403억 원 규모 기본합의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는 2030년까지 석유생산능력을 기존 하루 400만 배럴에서 500만 배럴로 확장하기 위한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당장 특정한 사업을 수주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대형 플랜트사업 발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최 사장은 특히 해외 플랜트사업 주력시장인 중동과 동남아 중심으로 기본설계(FEED)부터 프로젝트에 참여해 설계·조달·공사(EPC)사업을 연계수주하는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최 사장의 이런 전략에 힘이 더 실릴 것으로 보인다.
최 사장은 그동안 삼성엔지니어링의 기본설계(FEED)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업 초기단계부터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주 경쟁력을 높여왔다.
기본설계는 플랜트사업의 기초 설계와 견적을 설정하는 작업으로 플랜트 프로젝트 전체에 관한 이해와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분야로 꼽힌다. 또 사업의 초기단계부터 함께 하면서 고객사와 관계 형성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4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7400억 원 규모의 대형플랜트 건설공사를 수주했는데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조기 설계인력배치를 통한 기본설계(FEED) 검증과 플랜트 배치 최적화 등 프로젝트의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차별적 경쟁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번 계약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로부터 플랜트분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9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추진하는 중장기 성장 프로젝트인 ‘나맷 프로젝트’ 설계·조달·시공(EPC)분야 파트너기업에 포함되기도 했다.
현재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국가들은 석유, 가스 등 기존 화공 플랜트 프로젝트 외에도 신재생 및 청정에너지산업 육성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따라 최 사장이 중동에서 탄소포집, 수소 등 신사업분야의 사업 확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는 올해 1월 아부다비 국부펀드 및 국영지주사 등과 수소동맹을 맺고 수소에너지 사용 가속화와 수소경제 확립을 위한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는 2025년 안에 칼리파산업단지에 그린 암모니아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설비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그린 암모니아는 재생에너지를 바탕으로 생산한 ‘그린 수소’를 변환해 만든 암모니아를 말한다. 수소 이송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린 암모니아 생산 관련 사업은 삼성엔지니어링도 이미 발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중동과 중남미, 아시아 등에서 중대형 암모니아 생산플랜트를 건설한 경험이 있다.
최 사장은 7월에 한국 정부기관 및 기업 18곳과 탄소중립을 위한 그린 암모니아 협의체 구성 업무협약도 맺는 등 수소분야의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동시장 발주 확대는 삼성엔지니어링의 해외 수주실적을 급격하게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해외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 셋째 주까지 한국 건설사들의 중동지역 수주실적은 55억8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2020년 같은 기간 132억9천만 달러와 비교하면 수주액이 약 58% 급감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들어 10월 셋째 주까지 전체 해외 수주실적이 21억6천만 달러(약 2조522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움츠렸던 중동시장 대형플랜트사업 발주이 올해 남은 기간에 나오기 시작하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수주목표를 가뿐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사장은 올해 신규 수주목표를 6조 원으로 제시했다. 화공 프로젝트에서 3조5천억 원, 비화공 프로젝트에서 2조5천억 원을 수주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외 플랜트공사 매출 비중이 66%에 이른다. 국내 플랜트공사 매출 비중은 34%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보고서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외 동종기업들의 재무구조 악화 및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플랜트사업 축소 기조에 따라 글로벌 수주 경쟁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삼성엔지니어링의 해외 플랜트시장 선도적 지위 확보, 유가상승 상황 등을 고려해 회사의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한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