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2021-10-01 14: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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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이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지시를 충실히 따르면서 실적에 미칠 영향에 시선이 모인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춤할 수 있으나 오히려 이자마진은 높아져 유리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 하나은행 을지로 본점.
하나은행은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함께 가입해 한도를 늘려주는 효과가 있는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 신규판매를 중단했다.
이 밖에도 하나은행은 전세대출 한도 축소 등 가계대출 증가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관리정책에 적극적으로 발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9월30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6%대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가계부채 관리대책도 10월 중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3분기 말(9월30일) 기준 131조8573억 원으로 2020년 말보다 5.2%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1분기 말 1.8%, 2분기 말 3.4%를 거쳐 3분기 5%선을 넘어섰다. 4% 안팎을 오가는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다소 높은 편이라 하나은행은 각별히 가계대출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문제는 실적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면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선이 없지 않다. 은행 실적은 주로 대출이자가 좌우하는데 하나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 대출의 절반 이상이 가계대출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관리가 실적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는 방법으로 대응하면 오히려 이자마진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출 증가폭 둔화 또는 감소에 따른 이익 감소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수익성 상승에 따른 이득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에도 대출증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대출 가산금리는 확대됐다”고 바라봤다.
여기에 기준금리가 인상국면에 있는 점도 은행권 순이자마진(NIM) 상승추세에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적 금리인상이 예상되고 최근 시장금리 상승흐름을 고려하면 은행권 순이자마진 상승흐름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현재대로라면 하나은행이 무리하게 대출을 억제하지 않아도 정부가 목표로 하는 6%대 증가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나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은 3분기 말 5.2%다. 비슷한 속도로 증가세를 유지한다면 연간 증가율은 6% 후반으로 정부가 제시한 목표범위를 초과하지 않는다. 금리가 오른 것을 고려하면 4분기 대출 증가속도는 1~3분기보다 떨어질 수도 있다.
연간 증가율 전망치는 최근 5년간 증가율과 비교해도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다. 하나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은 2016년 8.4%, 2017년 4.2%, 2018년 7.4%, 2019년 7.8%, 2020년 9.2%였다. 2017년을 제외하면 매년 7% 이상 증가율을 보였다.
하나은행이 현재 검토하고 있는 대출관리방안들은 다른 은행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하려는 것들로 알려졌다.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선제적으로 고강도조치를 단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하나은행이 대출관리 강도를 크게 강화하지 않는다면 실적에 주는 충격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 실적 고공행진이 하반기에도 이어져 역대급 연간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에는 변화가 없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30일 하나은행을 자회사로 둔 하나금융지주가 3분기 지배주주순이익 8221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2020년 3분기보다 8.2% 증가하는 것이다. 3분기 이자이익만 놓고보면 1조702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김 연구원은 “3분기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를 지속할 것이다”며 “4분기 보수적 충당금 적립과 명예퇴직비용을 가정해도 연간 지배주주순이익이 사상 최초로 3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고배당을 예상하는 기조 역시 여전하다. 김 연구원은 하나금융지주가 주당 2850원을 연간배당해 배당수익률이 지난해 5.4%에서 6.2%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