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미국 파트너사 스펙트럼이 올해 안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포지오티닙'의 품목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지오티닙은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올해 3월 패스트트랙(신속심사대상)에 지정됐는데 당시 스펙트럼은 올해 말까지 신약 시판허가신청(NDA)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포지오티닙은 한미약품이 2015년 2월 미국 제약사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패스트트랙에 지정되면 통상 10개월 가량 걸리는 신약 시판허가 절차 심사기간이 6개월로 단축돼 연말쯤 신약 허가를 신청하면 내년 상반기 안에는 품목허가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현재 스펙트럼과 한미약품이 놓인 상황 때문에 이들이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의 미국 품목허가 획득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시선이 나온다.
스펙트럼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 품목허가 획득에 실패한 만큼 포지오티닙의 품목허가 신청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스펙트럼은 한미약품으로부터 2012년에는 롤론티스, 2015년에는 포지오티닙의 글로벌 판권을 도입했다.
호중구감소증이란 백혈구의 50~70%를 차지하는 호중구가 항암 치료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감소해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세균 감염에 취약해지는 질병이다.
스펙트럼은 6일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롤론티스 생산시설에 관한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다. 이로 인해 주가가 급격히 하락했는데 주주들 사이에서 주가 하락에 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집단소송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으로서도 현재 보유한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오락솔, 롤론티스 이외에는 포지오티닙이 미국에서 신약 허가에 가장 근접해 있어 이를 향한 기대감은 클 수밖에 없다.
권 사장은 당초 올해 안에 경구제형(먹는 약)의 항암신약 오락솔과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의 미국 품목허가를 획득할 것으로 기대했다.
권 대표는 올해 1월에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 신약 2개가 미국 식품의약국의 시판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올해 한미약품의 신약 후보물질을 향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잇따라 품목허가 획득에 실패하면서 한미약품이 개발한 신약의 미국 출시는 2022년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미국 식품의약국이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에 품목허가를 내지 않은 것은 약리적 효능 및 안전성 문제가 아닌 생산시설 문제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롤론티스 원액을 생산하는 한미약품의 평택 바이오공장과 롤론티스 원액을 포장 및 충전하는 미국 위탁생산(CMO)업체 아지노모토의 생산시설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약품이 지적받은 보완사항은 신속하게 해결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보완요구서한을 받으면 미팅을 통해 식품의약국과 보안요구 내용을 논의한 뒤 이를 보완하고 새롭게 품목허가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한미약품은 앞서 올해 3월에는 먹는 항암신약 오락솔의 품목허가 획득에도 실패했다.
이후 한미약품의 미국 파트너사 아테넥스는 7월 미국 식품의약국과 미팅을 가졌고 이때 나눈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올해 4분기에 새로운 임상3상 시험계획을 제시하기로 했다.
한미약품은 오락솔, 롤론티스, 포지오티닙 외에도 많은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보유한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에는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라나타이드가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어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권 사장은 다국적 제약사로 사노피로부터 2020년 9월 에페글라나타이드를 기술반환받으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심혈관 및 신장질환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효과를 확인해 당뇨병 치료제, 각종 대사질환 치료제로 개발할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또 선천성 고인슐린혈증(HM15136)와 단장증후군(HM15912) 등 희귀질환을 대상으로 한 신약 후보물질과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HM15211(랩스트리플아고니스트),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HM95573(벨바라페닙)의 임상 시험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당초 연내 오락솔과 롤론티스의 미국 품목허가 획득에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큰 게 사실이다”며 “하지만 한미약품은 여전히 탄탄한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오락솔, 롤론티스의 미국 품목허가 획득 실패에 흔들리지 않고 다른 신약 후보물질의 연구개발에 힘써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