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민 한라 대표이사 사장이 골프장 세라지오컨트리클럽(CC)의 매각으로 신사업을 펼칠 실탄을 마련하게 됐다.  

28일 한라에 따르면 이석민 사장은 세라지오CC의 매각을 통해 가용 유동성의 확장 및 재무구조 개선이란 긍정적 효과를 얻고 확보한 자금으로 개발사업을 확대하면서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라 세라지오CC 살려내 매각 성공, 이석민 신성장동력 찾을 실탄

▲ 이석민 한라 대표이사 사장.


한라는 스톤브릿지·카카오VX 컨소시엄에 32만7272㎡ 규모의 18홀 대중제 골프장인 경기도 여주 세라지오CC를 1530억 원에 매각 한다고 13일 밝혔다. 홀당 매매가가 85억 원에 이른다.

기존 골프장 매각사례와 비교해보면 골프장 홀당 가격 측면에서는 최고가 수준으로 거래가 된 셈이다. 최근 코로나19 반사효과로 호황을 누리는 골프장들의 매매가격이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레저백서 2021’을 살펴보면 홀당 매매가격은 2019년 43억9천만 원, 2020년 63억 원, 2021년 7월 67억1천만 원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풍부한 시중부동자금에 코로나19로 호황을 보이고 있는 골프장에 투자자금이 몰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사모펀드들이 골프장 인수전에 참여하며 매매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라는 이번 매각을 통해 세라지오CC 관련 차입금 700억 원을 상환하면 800억 원의 현금유입이 예상된다. 매각차익 350억 원은 올해 3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세라지오CC 매각을 두고 “한라의 사업포트폴리오 조정 측면에서 보면 빠른 판단과 실행력이 돋보였다”며 “유입될 현금을 놓고 투자 용도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운 만큼 앞으로 개발사업 확대 및 적극적 신사업 투자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라는 세라지오CC를 떠안은 뒤 적극적 체질 개선에 나섰고 마침내 그 결실을 맺게 됐다. 

세라지오CC는 2011년 개장한 골프장이다. 상우산업개발이 시행을 맡았고 한라가 시공을 담당했다. 

한라는 세라지오CC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채무보증을 섰다가 골프장 운영실적이 저조한 탓에 부실이 전가됐다. 적절한 곳에 팔아 대출금 회수를 추진했지만 결국 2013년에 인수를 결정했다. 

세라지오CC는 한라가 인수한 뒤에도 순손실 40억 원 안팎을 계속 내다가 2019년에 간신히 적자에서 벗어났다.

한라는 어느정도 자신감이 붙은 뒤 2020년 1월 세라지오CC에 170억 원 규모 현금을 출자해 세라지오CC를 대중제 골프장으로 바꾸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펼쳤다. 

골프장사업자는 취득세와 함께 종합부동산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재산세 등 여러가지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데 세라지오CC는 대중제로 전환하면서 재산세가 기존 4%대에서 0.2~0.4%로 대폭 낮아졌다. 

최근 골프인구가 골프장 수 보다 많은 초과수요현상이 지속되자 골프장 이용료도 상승했다. 골프장사업은 코스관리비나 판매관리비를 제외하면 큰 지출이 없어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세라지오CC는 2020년 매출 154억 원, 영업이익 78억 원을 거두며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이에 이 사장은 2020년 말부터 경쟁입찰 방식으로 세라지오CC 매각에 나섰다.

이 사장은 세라지오CC 매각을 통해 한라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데 힘을 얻게 됐다. 

한라의 부채비율 개선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한라의 부채비율은 2018년 575.2%에서 2019년 508.3%로 내려간 뒤 2020년에는 341.9%로 개선됐다. 2년 만에 200%포인트 넘게 부채비율이 좋아졌다. 증권업계에서는 2021년 말 한라의 부채비율이 285.7%까지 낮아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사장은 친환경사업이나 신기술을 보유한 업체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지분투자를 이어가며 완전히 인수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라는 1월 국내 유일의 기체분리막 전문기업인 '에어레인'에 30억 원을 투자해 지분 13%를 확보하며 친환경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한라는 에어레인과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활용한 수소생산 사업, 반도체케미칼 리사이클링 등 분야에서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체분리막 기술은 에어레인이 자체개발한 기술이다. 혼합기체에서 특정 기체를 순도 높게 분리하는 기술로 수소생산에 활용할 수 있다.

에어레인은 26건의 기체분리막 제조 및 시스템설비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에어레인이 자체개발한 기술은 질소 발생, 이산화탄소 포집, 메탄회수를 통한 블루수소 생산 등에 활용된다.

한라는 2020년 7월 부동산정보 플랫폼 스타트업인 '디스코'에 20억 원을 투자하며 프롭테크(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시장에 진입하기도 했다. 

상업용 부동산 실거래가 정보를 비롯해 토지, 공시가격, 건축물대장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디스코와의 협업으로 프롭테크 관련 사업 역량을 키우고 있다.

한라 관계자는 “안정적 재무주조를 바탕으로 우량기업 인수합병 및 스타트업 투자 등을 통해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