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언태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과 이상수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 지부장이 7월 말 여름휴가 시작 전 합의를 목표로 다시 한 번 2021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하 사장과 이 지부장은 성과급 등 임금 수준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름휴가 전 결론을 내지 못하면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 노사 성과급 합의할까, 하언태 이상수 여름휴가 전 타결 고비

하언태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이상수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지부장.


현대차 노조는 13일 쟁의행위대책위원회(쟁대위) 회의를 열고 사측의 교섭재개 요청에 따라 14일 14차 교섭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오후 1시까지 사측의 공식 공문을 통한 교섭재개 요청이 없다면 강도 높은 쟁의행위를 펼치겠다며 사측을 압박했는데 사측이 공문을 보내면서 교섭 재개의 길이 열렸다.

노조는 쟁대위 회의 이후 소식지를 통해 “쟁대위는 사측의 교섭재개 요청을 두고 심도 깊은 토론을 했다”며 “재개된 교섭에서 사측이 노측을 기만하는 자세를 보인다면 강력한 쟁의지침을 배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14차 교섭부터는 성과급을 포함한 임금을 놓고 하 사장과 이 지부장의 본격적 힘겨루기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하 사장과 이 지부장이 2021년 임단협에서 임금 수준을 놓고 교섭을 벌이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 지부장은 6월30일 13차 교섭에서 사측의 임금 제시안을 받은 뒤 “사측의 제시안에 실망했다”며 곧바로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등을 위한 쟁의권 확보 절차에 들어갔다.

이처럼 성과급은 이번 임단협 협상의 핵심쟁점으로 꼽힌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젊은 연구직과 사무직 직원을 중심으로 공정한 성과급 이슈가 지속해서 불거졌고 결국 올해 별도의 사무연구직 노조가 생겼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 쟁의권 확보를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73.8%(전체 조합원 기준)의 높은 지지를 얻어내기도 했다.

최근 10년 동안 진행했던 9번의 쟁의권 확보 조합원 찬반투표 가운데 2번째로 높은 찬성률인데 현장 생산직뿐 아니라 젊은 연구직과 사무직도 다수 찬성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생산직은 현대차 전체 노조원의 70%가 채 되지 않아 생산직만으로는 찬성률 70%를 넘길 수 없다.

젊은 연구직과 사무직이 이번 사측의 제시안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점은 노조의 교섭 결렬 이후 발표한 하 사장의 담화문에서도 일부 나타난다.

하 사장은 1일 담화문에서 “회사의 임금과 성과금 제시 수준을 놓고 다양한 평가들이 나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특히 각종 SNS에서 국내 주요 전자업계 및 IT기업과 임금 수준을 비교하는 분들이 많은데 원가구조가 다른 업계와 비교하는 것이 맞는지 냉정히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한 연구원은 “성과급 논란이 지속해서 불거지자 올해 들어 정의선 회장과 장재훈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나서 공정한 보상을 약속했는데 이후 사측의 제시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젊은 연구원들의 불만이 더욱 커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하 사장과 이 사장이 다시 교섭을 진행하기로 한 만큼 협상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 사장과 이 지부장은 지속해서 7월 말 여름휴가 시작 전 교섭을 마무리짓겠다고 강조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시간이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 안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고 조합원 찬반투표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실제 주어진 협상시간은 길어야 일주일 남짓으로 여겨진다.

노조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앞으로 일주일 동안 사측과 집중교섭을 벌인 뒤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20일로 예정된 쟁의행위대책위 회의에서 강력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 사장과 이 지부장이 여름휴가 전에 교섭을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집중교섭을 향한 동력이 상실되는 것은 물론 노조가 쟁의권을 적극 활용하며 임단협 협상이 장기화할 수 있는 셈이다.
 
현대차 노사 성과급 합의할까, 하언태 이상수 여름휴가 전 타결 고비

하언태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이상수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이 2020년 6월 서울남부서비스센터에서 열린 고용안정위원회 품질세미나에서 ‘품질혁신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서’에 서명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자동차>


자동차업계에서는 하 사장과 이 지부장이 여름휴가 전 이번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낮지 않다는 시선이 많다.

현대차는 하 사장과 이 지부장체제 아래서 그 어느 때보다 노사관계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 사장과 이 지부장은 지난해에도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교섭을 진행해 목표로 삼은 추석 전에 무파업으로 단체교섭을 마무리했다.

하 사장은 9일 울산 공장 노조사무실을 직접 찾아 이 지부장을 만나 교섭 재개의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 사장은 당시 “조속한 교섭 타결을 위해 노사 사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교섭을 다시 시작해 이견을 좁히고 합리적 접점을 모색해 교섭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집중하자”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8일 열린 쟁의행위대책위 출범식에서 “사측이 분배정의를 외면한다면 사회적 분위기와 관계없이 당당히 투쟁으로 돌파해 조합원의 자존심을 지켜낼 것이다"면서도 "사측이 교섭 재개를 요청한다면 휴가 전 타결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