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CFO) 부사장이 경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주 부사장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체제에서 빠르게 위상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 올해 최고 실적을 달성한다면 그룹 내 입지가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
 
기아 올해 영업이익 신기록 바라본다, CFO 주우정 신차효과 믿어

▲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이 2월 기아 CEO인베스터데이에서 2021년 재무목표를 발표하고 있다. <기아 유튜브 화면 캡쳐>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브랜드 홍보비 확대 등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하지만 올해 전체 실적을 놓고는 기대가 여전하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아가 1분기에 낸 영업이익 1조764억 원은 브랜드 재론칭비용 약 1천억 원을 제외하면 시장의 기대보다 좋은 수준으로 보인다”며 “기아는 올해 영업이익 5조 원 규모를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증권업계에서는 기아가 올해 영업이익 5조 원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4조 원 이상은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이 역시 역대 최고치였던 2012년 3조5천억 원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주 부사장도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높은 영업이익 달성에 자신감을 보였다.

주 부사장은 “1분기는 적은 영업일수 등 여러 가지로 1년 중 가장 어려운 시점이다”며 “1분기에도 1조 원을 초과하는 영업이익을 냈다면 2분기 이후는 영업일수와 판매 물량이 증가하는 만큼 신차효과만 이어진다면 지금의 실적 추세를 유지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 부사장의 실적 자신감은 신차효과를 바탕으로 한다.

기아는 올해 준대형 세단 K8에 이어 준중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스포티지 완전변경모델을 출시한다. 특히 스포티지는 기아 모델 가운데 세계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로 신차는 수익성 확대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기아는 2019년부터 텔루라이드, 셀토스, 쏘렌토, 카니발 등 RV(레저용차량)뿐 아니라 세단인 K5 등 신차가 글로벌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평균판매가격(ASP)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기아는 1분기에도 국내와 해외 평균판매가격으로 각각 2810만 원과 1만9300달러를 보였다. 1년 전보다 각각 11.3%와 18.1%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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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 '스포티지'.


주 부사장은 이런 신차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원가관리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에 따른 생산차질 가능성 등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주 부사장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1분기 매출원가율 82.5%를 보였다. 1년 전보다 2.0%포인트 개선됐다.

판매관리비 감소 등이 전체 매출원가율 개선을 이끌었다. 1분기 매출에서 판매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전 12.4%에서 11.0%로 1.4%포인트 감소했다.

주 부사장이 올해 최고 영업이익을 달성한다면 10년 만에 다시 기아의 실적 전성기를 이끌게 된다.

주 부사장은 1964년 태어나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졸업하고 기아슬로바키아(KMS) 경영관리실장, 기아유럽판매법인(KME) 재무실장 등을 거쳐 2010년 기아 재무관리실장에 올랐다.

2014년 하반기 현대제철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기아의 살림살이를 책임졌는데 기아는 당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영업이익 3조 원 이상을 내는 등 실적 전성기를 보냈다.

주 부사장은 정의선 회장이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에 올라 사실상 그룹 경영을 총괄하면서부터 역할이 더욱 확대됐다.

주 부사장은 2018년 말 인사에서 재경본부장으로 기아에 복귀하며 전무로 승진했다. 2019년 3월 기아 사내이사에 선임됐고 지난해 말 인사에서는 전무 승진 2년 만에 부사장에 올랐다.

주 부사장이 올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등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다시 한 번 기아의 최고 영업이익을 이끈다면 정의선 회장의 신임을 더욱 단단히 할 수 있는 셈이다.

주 부사장은 “현재의 판매와 수익성 개선 흐름이 단기적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안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결국 신차 효과를 바탕으로 브랜드 강화를 통해 제값받기 기조를 이어가야 하는데 이 부분은 직접 관리하며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