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장은 12일 5조 원 배터리 투자계획을 내놓으며 “미국에서 배터리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대해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고 미국 그린뉴딜정책 성공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배터리업계에서는 김 사장이 ‘공급망’과 ‘그린뉴딜’에 방점을 찍고 미국 배터리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지배적 영향력을 구축하는 그림을 그린다고 바라본다.
배터리업계 다른 관계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미국 전기차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부각되고 있지만 현지 배터리시장에서 아직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은 회사가 없다”며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큰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2050년까지 친환경산업에 4년 동안 2조 달러(2263조 원가량)를 투자하는 그린뉴딜정책을 미국경제 활성화의 방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전기차는 바이든표 그린뉴딜정책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정부 관용차 300만 대를 전기차로 교체하고 지자체에서 전기스쿨버스 50만 대를 구매하는 정책을 도입한다. 시장 수요를 촉진하는 차원에서 전기차 인센티브 확대와 전기차충전소 50만 개 설치 등 정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확대정책에는 배터리 등 부품의 조달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10%의 징벌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미국 전기차시장의 필수조건은 미국에서 생산한 배터리이며 이는 곧 ‘무역장벽’의 역할을 한다.
이 무역장벽의 핵심은 ‘중국 배터리회사 배제’라고 배터리업계는 바라본다.
글로벌 배터리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3사와 중국 CATL, BYD, 일본 파나소닉 정도가 시장 점유율을 나누는 동북아시아 제조사들의 독점시장에 가깝다.
중국 제조사들 가운데 BYD는 내수시장에 크게 의존한다. 그러나 CATL은 글로벌 100GWh 수준의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모든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바이든 행정부 체제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만큼 중국 배터리회사에 전기차 확대정책의 명운을 거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달갑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일본 파나소닉은 원통형 배터리만을 생산하기 때문에 테슬라 이외의 제조사에는 배터리를 공급할 수 없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한국 배터리3사가 미국에 공장을 지어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다.
김 사장은 이 사업기회를 LG에너지솔루션이 선점할 수 있도록 공격적 투자를 감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