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하이트진로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박 회장이 차남 박재홍 전무를 부사장으로 올리면서 2016년에 선포한 ‘소주 세계화’에 더 힘을 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승진한 박재홍 부사장은 2015년 하이트진로에 입사해 해외사업을 총괄하며 소주 세계화를 이끌고 있다.
박 회장은 2021년 신년사에서도 “지금의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테라, 진로의 지속성장과 소주 세계화를 가속화해야 한다”며 소주 수출 확대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하이트진로는 맥주 신제품 ‘테라’와 소주 ‘진로이스백’을 출시해 2019년부터 큰 매출 증가세를 보였는데 이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 국내 주류시장에서는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2016년 소주 세계화를 선언한 뒤 수출국가를 늘려 현재 80여 개국에 소주를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현지 교민 등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는 수준이어서 하이트진로의 소주사업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소주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일본에서 침체를 겪으면서 다른 지역으로 수출을 확대할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박 회장은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국가를 주목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20년 12월 진로의 브랜드 인지도 확대를 위해 싱가포르에서 버스 광고를 시작하는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진로는 지난해 싱가포르 내 글로벌 증류주시장 점유율 2위에 올라서는 등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필리핀과 베트남 등에도 현지법인을 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데 이 덕분에 동남아시아에서 소주 판매량은 최근 몇 년 동안 연평균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현재 하이트진로의 소주제품 ‘참이슬’과 ‘청포도에이슬’ 등은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유통채널 대부분에 입점해 있다.
동남아시아는 한류 열풍과 함께 소주를 접하게 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향후 성장여력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와 K팝 등을 접한 동남아시아의 젊은 소비자들이 한식과 더불어 소주를 즐겨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미국 소주시장도 잠재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20년 8월 국내 소주업계 최초로 미국에서 진로의 TV 광고를 선보였다. 광고를 통해 소주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증류주라는 사실을 알려 미국 현지인들의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소주가 아직 생소한 미국에서는 과일 소주 위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접근하기 쉬운 과일 소주로 입맛을 길들인 뒤에 일반 소주 등으로 판매를 넓혀간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2015년 자몽에이슬을 시작으로 청포도에이슬, 자두에이슬을 내놓고 과일소주에서 경쟁력을 갖춰 국내 과일리큐르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 최대 주류 판매업체 ‘베브모어’에서 딸기에이슬, 청포도에이슬 등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소주 세계화는 단기간에 이루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아직 소주는 맥주, 위스키, 보드카 등과 비교해 인지도가 훨씬 낮아 글로벌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각 지역에서 현지화를 통해 소주의 인지도를 차츰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는 높은 도수의 주류를 좋아하는 베트남에 알코올 19.9%의 ‘참이슬클래식’을 내놓고 필리핀에서는 낮은 도수의 증류주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맞춤상품인 ‘진로 라이트’를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