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서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제약바이오기업의 무형자산 회계처리를 감시하는 기준이 생기고 셀트리온도 덩치나 시장에서 입지가 이전과 크게 달라진 만큼 회계처리에 더욱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셀트리온 서정진 의지에 회계투명성 높여, 바이오 '맏형' 책임 무거워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13일 셀트리온의 2020년 3분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2018년 뒤 개발비 자산화비율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된다. 

셀트리온의 개발비 자산화비율은 2018년 68.5%에서 2020년 3분기 57.5%로 10%포인트 넘게 낮아졌다. 

개발비 자산화비율은 매년 연구개발비 지출총액 가운데 당해연도에 개발비(무형자산)로 계상한 것인데 이 비율이 줄었다는 것은 기업이 이전과 달리 연구개발비를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은 연구개발비를 비용(판매관리비) 또는 자산(무형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는데 셀트리온은 2018년 9월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이 나온 뒤 연구개발비의 상당 부분을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는 서정진 회장의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서 회장은 회계처리 방식 등 재무 투명성을 높여야지만 제약바이오업계 전체를 향한 불신을 잠재울 수 있다고 바라본다. 

서 회장은 2019년 5월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 등 논란이 이어졌을 때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자료를 고치거나 누락시키거나 사실과 같지 않게 만들어내는 것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로 이건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신용에도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오기업들은 그동안 재무실적을 양호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연구개발비 지출을 과도하게 개발비 자산으로 인식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셀트리온 역시 이런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바이오기업은 다른 산업군의 기업과 비교해 연구개발비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연구개발비를 비용(판매관리비)으로 처리하느냐 자산(무형자산)으로 반영하느냐에 따라 영업이익과 순이익 규모도 크게 달라진다. 

셀트리온이 바이오업계 ‘맏형’으로 책임감을 안고 재무투명성 관리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셀트리온의 매출채권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바이오기업들은 신약 개발 등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전까지 투자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데 매출채권 비중이 높으면 주주들이 회사의 경영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매출채권 비중이 높으면 당장 회사가 쥘 수 있는 현금이 적은 데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주주들이 경영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힘들다. 

물건을 팔고도 값을 지불받지 못했을 때 기업들은 이를 매출이 아닌 매출채권으로 인식한다.

셀트리온의 매출 대비 매출채권 비중은 2020년 9월 말 기준 93.9%로 제조기업인 현대자동차보다 8배 높다. 현대자동차의 별도기준 매출 대비 매출채권 비중은 같은 기간 11.1%를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