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이 디지털 전환을 위해 들이는 예산규모를 매년 수천억 원 수준까지 확대해 디지털금융 분야에서 확실하게 승기를 잡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핀테크업체와 플랫폼기업을 대상으로 지분투자 또는 인수합병을 활발하게 추진해 단기간에 경쟁력 확보를 꾀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김진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8일 "신한금융이 디지털 전환을 핵심전략 가운데 하나로 진행하고 있다"며 "자본력 강화를 통해 원활한 성장전략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금융지주는 27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매년 그룹 전체 순이익 약 10%를 디지털 예산으로 편성해 관련된 조직과 시스템, 인력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증권가 예상대로 내년부터 신한금융지주 연간 순이익이 3조 원 중반대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디지털 분야에만 해마다 3500억 원 안팎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다.
김태연 신한금융지주 재무팀 본부장은 콘퍼런스콜에서 "디지털 투자금은 개발비용 지출과 자산 투자 등에 쓰이며 핀테크기업 등에 제휴를 맺기 위한 지분투자에 활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현재 계열사별로 디지털부문에 지출할 비용을 취합해 산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등 계열사가 최근 일제히 디지털 연구조직과 인력을 확충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기술력 강화에 힘쓰는 만큼 연구비 투자도 대폭 늘어날 공산이 크다.
조용병 회장이 본격적으로 외부 핀테크기업이나 플랫폼업체를 대상으로 지분투자 및 인수합병에 속도를 내며 '디지털 연합군'을 강화하기 위한 물량공세를 벌일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
신한금융이 최근까지 다양한 신생기업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핀테크기업 및 플랫폼기업과 협력을 추진하면서 디지털 분야에서 새 성장동력을 발굴한다는 계획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신한금융 '신한퓨처스랩'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을 받은 신생기업은 모두 190여 곳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51개 기업이 신한금융에서 약 308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조 회장이 정부 디지털뉴딜정책에 맞춰 디지털 신생기업에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놓은 만큼 앞으로 신한금융이 지원하는 기업 수와 투자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은 최근 신한금융지주 임원들이 참석하는 이사회 워크숍을 열고 경쟁력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금융과 비금융콘텐츠 발굴에 힘써야 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지분 투자나 인수합병을 통해 핀테크기업 또는 플랫폼업체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단기간에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금융회사가 핀테크 관련업체에 투자하거나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주는 등 금융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신생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있는 점도 우호적 환경을 만들고 있다.
신한금융이 연간 순이익의 10%를 디지털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재무적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신한금융지주가 최근 해외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1조 원 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주요 계열사 이익체력도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는 만큼 재원 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디지털혁신을 추진한다고 해도 비용 측면에서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며 "유상증자 효과도 있기 때문에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는 것은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신한금융은 올해 3분기까지 계열사에서 디지털채널 등을 활용해 절감한 비용을 약 1922억 원으로 집계해 내놓았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의 디지털 역량과 플랫폼을 강화해 금융시장에서 차별화하고 디지털 신사업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일이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대비할 전략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신한금융이 디지털 투자 확대의 성과를 단기간에 보기는 어렵겠지만 비대면채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금융시장에 맞춰 사업체질을 바꿔내는 데 효과적 방법이 될 수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시대 중점 추진전략으로 디지털 생태계 조성과 신생기업 자금 공급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