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국내 모바일게임과 관련한 선정성 논란으로 게임등급 심사가 국정감사의 도마 위에 오를까 긴장을 하고 있다.
정부가 게임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정보공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과 관련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 선전성 논란이 불거진 '아이들프린세스' 공식 이미지.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개발사인 아이앤브이게임즈의 모바일게임 ‘아이들프린세스’의 선전성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용자가 '아빠' 역할로 정령의 딸을 대신 키우는 육성게임이 주요 내용이지만 딸 캐릭터가 ‘내 팬티가 그렇게 보고 싶은 거야?’라는 대사를 하거나 특정 부위를 누르면 ‘만지고 싶어?’ 등의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아이앤브이게임즈는 이런 선정성 논란에 5일 공식 사과문을 내고 당초 15세였던 연령 등급을 7일부터 18세로 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별도 심의가 필요해 먼저 관련 이미지 삭제와 대사 수정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해석 아이앤브이게임즈 대표이사는 6일 “일부 캐릭터 콘셉트의 부적절성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즉시 수정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며 “부적절한 이미지 및 설정에 대한 수정과 더불어 게임 사용등급을 7일부터 18세로 수정해 서비스를 재개하겠다”고 추가로 공식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 국정감사가 7일부터 시작됐는데 이번 선전성 논란으로 게임업계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몰렸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국정감사에서 확률형 게임 아이템과 관련한 사항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상황에서 민간에 맡긴 게임물 등급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규제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국내 게임사들이 사행성 방지를 위해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한다고 하는데 정부가 자율규제의 정확성과 관련한 검증을 하지 못한다"며 "정부가 2월 발표한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에도 구성확률을 공개하지 않을 때 처벌은 있지만 잘못된 표시에 대한 처벌은 없다"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의 확률형 게임아이템과 관련한 정보표시 의무화도 부족하다고 보는 셈이다.
현재 게임업계에서는 자율규제로 충분하다는 입장인데 선전성 논란까지 더해지면 다른 부분에서도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권한을 위임받아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자격을 심사해 지정하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계임업계의 최대 관심사인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정보표시가 올해 자율규제에서 법적으로 강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게임물 심의도 추후 이런 방식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된 게임장르인 '미소녀 캐릭터' 게임은 국내 게임사뿐만 아니라 중국 게임사 등에서도 종종 내놓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그동안 중국 게임사들이 모바일게임 광고를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무차별적으로 선정적 광고를 배포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는 문제점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국내 게임사의 게임에서 선정성 논란이 터져나와 이런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선이 있다.
반면 정부기관이 모든 게임의 등급심사를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이 게임물 등급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현재 게임이용 등급은 청소년 이용불가인 18세 이상 게임을 제외하고는 민간 자율등급 분류제가 시행되고 있으며 민간 자체등급 분류사업자로 구글과 애플, 원스토어, 삼성전자 등 앱마켓을 운영 중인 사업자들이 지정돼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발간한 ‘2019 게임물 등급분류 및 사후관리 연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전체 게임물의 등급분류 결정 건수는 45만9760건이다. 이 중 99.63%인 45만8078건을 오픈마켓 민간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등급을 분류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사례가 게임업계 전반의 문제로 확대 재생산될까 우려스럽다"며 "이번 일이 중국 게임회사들의 도 넘은 선정성 마케팅과 관련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