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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석 서울히어로즈 대표가 2014년 11월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4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가 메인 스폰서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히어로즈는 넥센타이어와 결별하고 일본계 금융기업인 J트러스트를 메인 스폰서로 맞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야구계 안팎의 비판이 거세다.
이 대표는 내년 돔구장으로 홈구장을 이전하는 등 운영비가 많이 필요해 거액을 제시한 J트러스트를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 히어로즈에 대한 비난
26일 야구계에 따르면 프로야구 히어로즈가 일본계 금융기업인 J트러스트와 내년 시즌부터 메인 스폰서십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야구계 인사들은 J트러스트가 일본에서 대부업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며 국민 정서상 환영받지 못하는 J트러스트가 국내 야구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허구연 MBC 야구해설위원는 “(히어로즈가) 한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KBO리그의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는 메인 스폰서를 찾아야 한다”며 “스포츠팀이 팬과 국민들의 정서를 무시하고 이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박노준 우석대학교 교수도 ”J트러스트는 출신성분이 명백한 일본의 대부업체”라며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박 교수는 히어로즈의 창단 첫 번째 단장을 역임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는 히어로즈가 J트러스트와 메인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하는 데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의 64%가 계약에 반대했다고 26일 밝혔다.
계약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11.6%에 그쳤다. 나머지 24.4%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3일 19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5.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 이장석의 고민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는 J트러스트와 계약을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히어로즈는 여론이 점차 악화하고 있지만 J트러스트가 적법한 제2금융권 회사라며 부정적 여론을 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이는 히어로즈가 안고 있는 돈 문제가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풀이된다.
히어로즈는 내년 시즌부터 홈구장을 기존 목동야구장에서 고척스카이돔구장(고척돔)으로 옮기기 때문에 구장 운영비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돔구장은 구장의 특성상 조명과 공조기를 계속 돌려야 한다. 이 때문에 전기료가 개방형 구장보다 몇십 배 이상 더 든다.
히어로즈의 외야수인 이택근 선수와 유한준 선수, 투수 손승락 선수가 내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것도 빼놓지 못 할 대목이다. 팀의 주축인 이들을 잡으려면 거액이 필요하다.
J트러스트는 연간 100억 원 수준의 스폰서 금액을 히어로즈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 메인 스폰서였던 넥센타이어가 매년 제공했던 금액보다 2배가 넘는 거액이다. J트러스트의 제안은 달콤한 유혹일 수밖에 없다.
이장석 대표가 히어로즈를 흑자로 돌려세우기 위해 J트러스트와 손잡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히어로즈는 2013년과 67억 원, 2014년 4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이 대표의 당초 목적은 창단 6년째인 지난해 흑자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히어로즈는 팀의 간판타자인 박병호 선수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 포스팅을 앞두고 있다. 포스팅은 FA가 아닌 선수를 영입하기 위한 절차로 포스팅 금액은 축구의 이적료와 같은 개념이다.
지난해 먼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 선수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 박병호 선수의 이적료는 최소 50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 돈은 고스란히 히어로즈 구단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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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사와 노부요시 J트러스트 회장. |
이 대표 입장에서 J트러스트가 제공하는 100억 원의 스폰서 금액에다 박병호 선수의 이적료, 그 외 광고와 서브스폰서 금액 등을 모두 합치면 내년 시즌 200억 원을 훌쩍 넘는 운영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히어로즈의 기존 1년 예산의 약 2배 수준에 이른다.
그러나 이 대표가 J트러스트와 손잡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히어로즈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 히어로즈를 제외한 9개 구단도 히어로즈가 J트러스트와 손잡으면 KBO 전체의 이미지가 하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26일 “KBO가 히어로즈의 네이밍 스폰서십 계약에 직접 개입해 협상을 강제로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면서도 “일본 대부업체는 절대로 안 된다는 팬들의 목소리를 히어로즈가 듣고 있다면 협상을 재고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히어로즈도 J트러스트 외에 복수의 국내 대기업과 메인 스폰서십 계약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J트러스트가 아닌 국내기업과 계약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