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역량을 보유한 SK커뮤니케이션즈를 인수해 SK텔레콤과 사업 시너지를 창출하겠다.”
SK텔레콤은 SK커뮤니케이션즈 인수를 전격 결정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그러나 SK텔레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SK커뮤니케이션즈를 인수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속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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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
25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SK커뮤니케이션즈 인수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애초 종합 엔터테인먼트기업인 IHQ에 인수될 예정이었다.
IHQ와 SK커뮤니케이션즈의 모회사인 SK플래닛이 지난달 26일 SK플래닛이 보유한 SK커뮤니케이션즈의 지분 51%를 IHQ의 신주 28.5%와 교환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4일 IHQ가 SK커뮤니케이션즈 인수에 대해 채권단의 동의를 얻는데 실패하면서 이 계획은 무산됐다.
SK텔레콤과 SK플래닛은 IHQ에 매각하려던 계획이 불발되자 발빠르게 대응했다.
SK텔레콤은 24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SK플래닛이 보유하고 있는 SK커뮤니케이션즈 지분(64.5%) 전량을 오는 10월1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SK플래닛도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어 이 안건을 승인했다.
SK텔레콤은 "SK커뮤니케이션즈가 유무선 인터넷분야에서 축적해 온 콘텐츠 사업역량이 SK텔레콤이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플랫폼사업과 부합한다"며 “SK커뮤니케이션즈를 인수해 두 회사의 사업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SK텔레콤이 밝힌 인수배경을 놓고 의문이 제기된다.
SK텔레콤의 주장대로라면 SK커뮤니케이션즈는 애초 기업가치가 높아야 한다.
그러나 모회사인 SK플래닛은 IHQ에 SK커뮤니케이션즈를 넘기기로 했고 SK그룹의 계열사들은 이 과정을 지켜보기만 했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이 SK커뮤니케이션즈를 급하게 인수하기로 결정한 속사정이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SK텔레콤이 SK커뮤니케이션즈를 인수해 사업적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한 것은 단지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SK그룹이 안고 있는 고질적 지배구조 문제가 이런 해프닝을 낳은 것으로 해석한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SK그룹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SK의 증손자회사다. SK-SK텔레콤(자회사)-SK플래닛(손자회사)-SK커뮤니케이션즈(증손자회사)로 이어지는 복잡한 지배구조 최하단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공정거래법상 SK커뮤니케이션즈의 모회사인 SK플래닛은 지주회사 SK의 증손자회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의 지분 전량을 10월 말까지 인수하거나 혹은 매각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 SK커뮤니케이션즈의 매각설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15분기 연속 적자에 시달릴 정도로 사업부이 부진한 데다 SK플래닛이 모바일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어 SK커뮤니케이션즈를 굳이 안고 갈 이유가 없었다.
IHQ의 SK커뮤니케이션즈 인수가 불발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SK그룹이 SK텔레콤을 통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SK커뮤니케이션즈를 다시 품기로 한 것이라는 해석도 이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종종 트레이드 불발사고가 일어나는 프로스포츠 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라며 “SK텔레콤이 내 건 인수명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