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0-02-21 13: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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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정을 고도화하는 데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확보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하는 상황이 됐다.
EUV 공정의 영역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메모리반도체 쪽으로 넓어지고 있는 데다 파운드리 쪽에서도 EUV 도입을 추진하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삼성전자로서는 수량이 제한된 EUV 노광장비를 두고 그동안 경쟁해 왔던 대만 TSMC 이외의 기업들과도 장비 쟁탈전을 벌여야 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네덜란드 ASML의 EUV 노광장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적극적으로 EUV 도입을 추진하는 쪽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2021년부터 EUV 공정을 활용해 4세대(1a) D램을 양산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EUV 공정에 필요한 감광재(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스타트업에 삼성전자, TSMC 등과 함께 투자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중국 파운드리 SMIC도 EUV 도입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로이터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SMIC는 최근 ASML과 EUV 노광장비 구매를 추진해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는 단계에 이르렀다.
비록 미국과 중국 갈등으로 수출이 제한됐지만 1월15일 두 나라가 1단계 무역합의안에 서명하면서 SMIC가 EUV 장비를 확보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말이 나온다.
문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ASML의 생산량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ASML은 지난해 EUV 노광장비를 모두 26대 생산했다. 또 2019년 노광장비 판매량 가운데 51%가 대만에 집중됐고 한국 비중은 16% 수준에 머물렀다.
현재 EUV 공정을 운영하는 기업이 사실상 삼성전자와 TSMC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TSMC가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EUV 노광장비를 차지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대부분의 반도체기업과 달리 파운드리사업과 메모리반도체사업을 함께 하는 만큼 EUV 노광장비가 절실하다.
하지만 TSMC에 더해 SK하이닉스, SMIC 등 다른 기업들이 EUV 공정 도입을 추진한다면 삼성전자가 EUV 노광장비를 확보하는 일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경쟁자들에 맞서 EUV 공정 확대에 속도를 내기 위해 선제적 투자를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ASML에 EUV 노광장비 20여 대를 주문했다. 모두 4조 원에 이르는 규모다.
다만 ASML이 삼성전자의 주문을 소화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ASML은 2019년 실적 발표를 통해 2020년 EUV 노광장비 35대를 출하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주문만으로 전체 생산량의 60% 가까이 점유하게 된다.
▲ ASML의 EUV 공정 장비 'NXE3400C'. < ASML >
ASML코리아 관계자는 “반도체 미세공정이 7나노급 이하로 심화하면서 EUV 장비 수요가 늘고 있다”며 “고객사와 관련한 사항은 알려주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EUV 노광장비는 광원을 이용해 실리콘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노광공정에 사용된다. 기존 광원이었던 불화아르곤레이저보다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을 활용하기 때문에 훨씬 더 미세한 회로를 새길 수 있다.
반도체는 회로 선폭이 가늘수록 전력 소모가 줄고 연산능력이 향상된다.
미세공정에 장점이 있는 EUV 노광장비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다. 특히 5나노급 이하 공정에서는 사실상 EUV 없이 진입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동안 EUV 공정은 파운드리기업에서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사용됐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EUV 공정을 활용해 D램 등 메모리반도체 성능을 높이는 방안도 개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 전반에 EUV 공정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2019년부터 EUV 공정을 적용한 3세대(1z) 10나노급 D램 양산을 추진해 왔고 최근에는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EUV 전용 파운드리 라인인 V1라인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7나노급 이하 시스템반도체 생산규모를 2020년 말까지 2019년보다 3배 이상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