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의 전문성과 해외 네트워크가 필요한 항공업의 특성상 대한항공을 주력계열사로 하는 한진칼의 전문경영인이 되려면 오랫동안 항공업을 맡았던 경력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국내에서 이런 경력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대표이사 하마평에 올랐던 황명선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객원교수와 마원 극동대학교 항공운항서비스학과 교수에 주목하고 있다.
황명선 교수는 대한항공 일본지역본부 여객마케팅담당부장을 거쳐 대한항공 한국지역본부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황 교수는 대한항공에 재직할 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고언을 아끼지 않았던 인사로 알려졌다.
황 교수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롯데관광개발 대표이사를 맡았고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실 실장을 역임해 항공과 관광분야에 높은 식견을 지닌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마원 교수는 특별한 인연 없이 능력만으로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로 거명됐던 인물로 1987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진에어 대표이사를 지냈다.
마 교수가 진에어 대표이사를 맡았던 3년 동안 진에어는 영업흑자를 내며 성장세를 이어가 HDC그룹 주요 인사들과 특별한 인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항공업계에서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황 교수와 마 교수가 대한항공 출신이라는 점에서 오너일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혁신을 외쳐온 KCGI의 주장과 맞지 않는다는 시선도 나온다.
이에 따라 조현아 KCGI 반도그룹 주주연합이 대안으로 공직자 출신이나 금융계 출신 인사를 내세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항공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들면서 항공업 전문가가 아닌 전문경영인을 내세울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항공(JAL)은 1987년 민영화를 겪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실시하면서 일본 운수성 출신 관료들이 경영을 맡았는데 예상과 달리 방만 경영으로 이어지면서 2010년 파산하는 몰락을 겪었다”며 “항공산업과 관련한 명확한 지식과 대책 없이 전문경영인체제를 향한 환상을 지니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항공업은 운항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 정비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산업”이라며 “한진그룹 전체를 이끌기 위해 항공업뿐 아니라 물류 전반에 걸친 통찰력을 지닌 인물을 내세워야 하는데 그런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국내에서 적임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할 때 외국에서 전문경영인을 도입할 수 있다. 하지만 한진칼의 주력계열사인 대한항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물을 외국에서 영입하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특히 국적항공사의 등기이사를 외국인이 맡을 수 없다는 국내 항공법 규정을 고려하면 한진칼에 외국인 전문경영인을 영입해도 호흡을 함께 맞출 국내 경영진을 대한항공에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무업무에 밝은 금융계 출신 인물을 영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금융계 출신 인물을 도입하면 KCGI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금산분리원칙에 위배되는 모습처럼 보일 수 있어 국민연금을 포함한 일반주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KCGI를 비롯한 주주연합이 제기했던 주주친화정책을 조원태 회장 측에서 대부분 수용한 상황"이라며 “조원태 회장은 10년 가까이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항공산업과 한진그룹 사정을 파악한 만큼 이를 능가할 인물을 제시해야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을 비롯한 주주연합은 4일부터 10일까지 KCGI 홈페이지를 통해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선임을 제안할 이사후보 추천을 받고 있다.
이들은 2019년 12월31일을 기준으로 한진칼 주식을 1주 이상 보유한 주주들로부터 이사후보를 추천받아 검토하고 있다.
조현아 주주연합 관계자는 “현재 몇몇 한진칼 이사후보와 전문경영인 후보를 두고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며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및 반도그룹 세 주주 사이의 협의를 거쳐 조만간 이사후보 및 전문경영인 후보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