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휴인력 문제로 몸살을 앓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대진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은 타이어 생산량 감소에 따라 발생하는 유휴인력을 놓고 전환배치 등을 통한 탄력적 운영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이를 인력감원을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하고 있어 노사갈등이 예상된다.
6일 금호타이어 노사에 따르면 최근 금호타이어가 고용발전노사공동위원회에 내놓은 ‘2020년 생산 및 인원 운영 상세내역’에 노조가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국내 공장 등의 필요인원(T.O)을 파악한 결과 광주 공장 156명, 곡성 공장 179명, 평택 공장 14명, 연구직 1명 등 모두 350명의 유휴인력이 발생한다는 조사내용을 '상세내역'에 담았다.
2019년에는 유휴인력 215명이 생긴다고 밝혔는데 이보다 135명이 늘었다.
노조는 회사가 인력감축을 염두에 두고 이런 인력운영안을 내놓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에도 인력현황 조사를 통해 유휴인력을 파악한 뒤 노조와 협의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2019년 말 실시된 희망퇴직에서 수십 명의 인력이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점에서 노조는 금호타이어가 내놓은 인력운영안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희망퇴직 등 감원을 진행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금호타이어는 유휴인력 발생이 타이어산업의 전방산업인 자동차업계의 부진에 따른 불가피한 문제일 뿐 다른 목적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자동차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타이어기업의 생산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판매 부진에 따라 유휴인력이 생기는 것은 피하기 힘든 문제이며 이들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 계속 노조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말 진행했던 희망퇴직은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부터 해마다 시행했던 것이며 회사의 경영 부진과 전혀 상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내놓은 인력운영안은 공장규모 축소를 전제로 하는 인력 구조조정안이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며 “공장 생산인력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은 결국 회사 경영진의 무능함을 현장으로 전가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12일부터 열리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회사의 인력운영안을 놓고 투쟁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전대진 사장으로서는 금호타이어의 유휴인력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금호타이어 2019년 4분기에 영업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2분기와 3분기에 간신히 분기별 흑자전환에 성공했는데 다시 적자로 돌아서는 것이다.
타이어 판매량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힘겹게 흑자를 거뒀는데 그 방법에도 한계가 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 사장은 지난해 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분기 영업이익은 반짝 흑자로 회사의 경영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다”며 회사가 고려하고 있는 유휴인력의 전환배치 문제 등에 노조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금호타이어 노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전 사장이 유휴인력 문제를 인력감원으로 이어갈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타이어업황 부진이 계속되면 결국 희망퇴직 실시 등의 카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타이어업계는 바라본다.
금호타이어 임직원 수는 2019년 3분기 말 기준으로 4816명이다. 2018년 3분기 말보다 167명 줄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