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전문경영인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현아 전 한진그룹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이 사실상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조원태 회장도 ‘차선책’으로 전문경영인 선임으로 맞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측과
조현아 전 부사장 연합세력이 각각 3월 한진칼 주주총회 전까지 우군 확보를 위한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조원태 회장이 ‘전문경영인체제’ 도입을 깜짝 카드로 맞받아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조원태 회장은 사내이사 연임안 통과가 이번 주주총회의 가장 큰 목표지만 양측의 우호지분이 비등비등한 상황에서 그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을 대비해 투자계획 마련 및 배당확대 등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와 일반주주들의 마음을 돌리기 방안으로 ‘차선책’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현아 전 한진그룹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이 오너일가의 경영체제가 아닌 전문경영인체제 도입을 요구하며 경영 전문성을 무기로 내세운 상황에서 이에 맞대응하는 방식이다.
조원태 회장이 당장 경영권 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전문경영인을 선임해 그룹에 끼치는 영향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차기 복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포석이 될 수 있다.
이는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등 오너일가의 경영권 싸움양상을 전문경영인들의 전문성 검증양상으로 판을 바꾸는 시도이기도 하다.
양측이 모두 전문경영인을 내세운다면 주주총회 결과를 가릴 핵심 요소는 각 전문경영인의 전문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이 대주주이긴 하지만 실제로 항공업을 다뤄본 경험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랫동안 한진그룹을 이끌어온 전문경영인들과 한배를 타고 있는
조원태 회장측이 추천하는 인사가 전문성 측면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을 확률이 높다.
또 조양호 전 회장 때부터 맺어온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와
조원태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의 존재 역시 전문성 대결에서
조원태 회장측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전문성이라는 지표가 객관화되기 어려운 평가요소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방향은 외부 의결권 자문기관의 결론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높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의 강하게 밀어부치면서
조원태 회장이 수세에 몰린 형국이긴 하지만 전문경영인의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조원태 회장측이 이들에 맞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셈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호적 외부자문기관의 평가를 확보하기 위해 KCGI측은 물류 및 항공운송분야에서 현재 경영진보다 우수한 경영능력을 갖춘 후보를 내세워야 하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