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실적을 개선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제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내부 승진 관행을 깨고 2019년 ‘포스코 출신’ 철강 전문가인 안 사장을 영입하는 파격적 인사를 단행했는데 안 사장은 지난해 실적 개선에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임기 2년차인 올해 어깨가 더욱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3일 현대제철에 따르면 안 사장은 올해 철강사업 수익성 개선에 더욱 고삐를 죈다.
우선 현대제철의 철강사업을 고부가제품 중심으로 꾸리고 판매를 늘리는 데 집중한다.
이를 위해 안 사장은 올해부터 기획실 안에 철강사업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이 2일 신년사에서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핵심사업과 고부가제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던 만큼 안 사장은 고부가제품 비중 확대를 위한 전략 마련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고부가제품을 개발하는 선행개발실을 만들며 연구개발의 토대를 닦은 만큼 테스크포스는 올해 고부가제품 생산력을 높이고 판매 확대를 위한 영업과 마케팅 전략을 짜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고부가제품은 기존 강판, 강재 등의 강도를 높이거나 용도에 맞춰 성능을 개선한 제품을 말하는데 현대제철은 자동차용 초고장력 강판, 원유와 가스 등의 채굴, 이송 및 저장 시설에 쓰이는 에너지용 고부가강재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에 앞서 현대제철은 2019년 8월 연구개발본부 안의 자동차강재센터와 공정기술센터의 일부를 떼어내 고부가제품을 개발하는 선행개발실을 만들었다.
애초 정 수석부회장이 안 사장을 영입한 배경으로 포스코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이 꼽히는 만큼 안 사장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스마트팩토리 구축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공정에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면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안 사장은 포스코에서 스마트 공장 구축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 그가 광양제철소장과 포항제철소장을 지냈던 2015~2017년은 포스코가 스마트 고로를 도입해 4차산업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때로 평가된다.
안 사장은 올해 프로세스혁신 태스크포스 소속을 경영지원본부에서 사장 직속으로 변경해 직접 챙길 정도로 경영 효율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 태스크포스는 통합 시스템 구축, 스마트팩토리 구축 등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대제철은 2025년까지 모든 공정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 등을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다만 수익성 개선 노력만으로는 현대제철의 실적이 좋아지기 힘들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현대제철은 주요 고객사인 현대기아차와 자동차강판 가격협상에서 2년째 가격을 동결하면서 2019년 철광석 가격 상승부담을 오롯이 짊어지게 돼 실적이 나빠졌다. 게다가 컬러강판, 강관 등 비주력사업에서도 줄곧 적자를 내고 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의 실적이 악화한 직접적 원인은 철광석 가격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한 때문이지만 외부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며 “저수익사업들의 실적 반등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보고 과감한 결단을 내릴 필요도 있다”고 바라봤다.
현대제철은 2019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0조8490억 원, 영업이익 4780억 원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보다 매출은 0.3% 늘어나지만 영업이익은 53.4% 급감한 수치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