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가 프랑스 파리 마중가타워 재매각(셀다운)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대규모 투자에 나서며 재무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마중가타워 투자금 회수가 늦어지면 재무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해외투자에서 쌓아온 명성에도 흠집이 생겨날 수도 있다.
▲ 서울시 을지로에 위치한 미래에셋대우 본사 전경.
4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의 프랑스 파리 마중가타워 재매각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말까지 재매각이 끝나지 않는다면 미래에셋대우가 안게 될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미래에셋대우는 5월 마중가타워를 1조830억 원에 인수했다. 마중가타워 인수를 위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국내 금융회사들도 뛰어들었지만 결국 미래에셋대우가 승기를 잡았다.
미래에셋대우는 마중가타워를 약 4500억 원 규모 펀드로 조성해 국내 및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재매각을 진행하고 있는데 마중가타워를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사들였다는 인식이 형성돼 재매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회사는 채권, 부동산 등의 자산을 인수한 뒤 리스크를 분산하고 투자여력을 높이기 위해 인수금액 일부를 기관투자자들에게 재매각한다.
재매각에 실패하거나 재매각이 지연되면 금융투자회사가 떠안아야 할 리스크가 커지고 투자여력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우량 매물을 사들이지 못했다는 점에서 평판에 흠집이 나기도 한다.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을 늘려 투자규모를 키우고 있는 만큼 마중가타워 재매각이 지연되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2017년 말 7조3845억 원에서 2018년 말 8조3524억 원, 올해 3분기 말 9조1562억 원까지 늘었다. 2년도 안 돼 24% 늘어났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들어서만 1조 원 규모의 마중가타워를 인수하고 7조 원 규모의 미국 호텔 인수에 참여한 데 이어 네이버파이낸셜에 8천억 원가량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5천억 원가량을 투자하기로 했다.
공격적 투자를 이어 온 결과 미래에셋대우의 6월 말 기준 별도기준 순자본비율(NCR)은 409.2%로 1년 전(588.8%)보다 무려 179.5%포인트 떨어졌다. 최근 3년 동안 1600% 안팎 유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순자본비율은 유동성 자기자본(영업용 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금액을 필요유지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이다.
이번 재매각 지연으로 해외부동산투자부문에서 쌓아 온 평판에 흠집이 날 수 있다는 점도 미래에셋대우에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다만 마중가타워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많다고 전해지는 만큼 미래에셋대우는 늦어도 내년 1분기까지 재매각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말이다 보니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수요가 많지 않아 마중가타워뿐 아니라 다른 매물들을 재매각하는 데도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마중가타워에 투자하는 것을 관심있게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