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KDB생명보험의 매각주관사를 선정하면서 매각을 본격화하고 있다.

여전히 인수후보가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데 외국계 보험사나 사모펀드(PEF) 품에 안길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KDB생명 매각 본격화, 외국계보험사 사모펀드 우리금융 후보로 꼽혀

▲ 설명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역시 생명보험사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KDB생명 인수를 놓고는 양쪽의 입장이 엇갈린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의 매각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와 삼일회계법인이 공동으로 선정됐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산업은행의 오랜 파트너다.

예전부터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매각의 주관사를 꾸준히 맡은 데 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도 담당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넓은 네트워크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이번에 산업은행이 국내 금융지주나 보험사 외에 외국계 보험사에 KDB생명을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국내 금융지주나 보험사 가운데는 KDB생명을 인수할 만한 곳이 마땅히 없다. KB금융지주가 생명보험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KDB생명의 규모가 KB금융지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의 매각을 추진하는 건 이번이 네 번째다. 2014년 두 차례, 2016년 한 차례에 걸쳐 매각하려 했으나 가격차이를 놓고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산업은행은 이번에 6천억 원가량을 받으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가격도 사실상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지원하기 위해 6500억 원을 들여 KDB생명(금호생명)을 인수했다. 지금까지 KDB생명에 1조 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했다.

KDB생명은 지난해 순이익 64억 원을 거두며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급여력비율(RBC)도 큰 폭으로 오르며 건전성도 개선됐다.

그러나 보험업황이 좋지 않은 데다 KDB생명은 2년여 동안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영업력이 훼손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모펀드가 KDB생명을 인수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최근 국내외 대형 인수합병에서 사모펀드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진행된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매각도 모두 사모펀드의 승리로 끝났다. 롯데카드는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에, 롯데손해보험은 JKL파트너스에 각각 매각됐다.

오렌지라이프의 선례도 있다.

MBK파트너스는 생명보험사인 ING생명(현재 오렌지라이프)을 인수한 뒤 되팔아 큰 차익을 남겼다. 2013년 ING생명을 1조8400억 원에 인수했는데 최근 신한금융지주에 2조2989억 원을 받고 넘겼다.

특히 국내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KDB생명을 인수한 뒤 체질 개선과 실적 개선에 성공하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가치에 대형 금융지주에 되팔 수도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KB금융지주보다는 인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우리금융지주가 완전 민영화 등 정부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은 상황에서 산업은행의 요구를 계속 뿌리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3월 이후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18.32%를 순차적으로 매각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지주의 완전 민영화를 위한 절차인데 지분 매각을 주도하는 금융당국과 우호적 관계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산업은행은 최근 주요 금융지주를 상대로 KDB생명 인수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5월 산업은행이 우리금융지주에 KDB생명 인수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제안을 받은 적 없다”며 직접 부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