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유망한 핀테크기업을 인수합병할 기회를 엿볼 것으로 예상된다.
핀테크기업에게는 성장, 투자자들에게는 자금회수를 위한 새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인수합병시장에서 짝짓기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 금융위는 금융회사가 100% 출자할 수 있는 핀테크기업 범위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신기술 사업을 다루는 곳으로 넓혔다. < Pixbay> |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핀테크기업 지분 100%를 보유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지면서 금융지주 및 금융회사들의 핀테크기업 인수합병 시도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신기술 사업을 다루는 핀테크기업에도 금융회사가 100% 출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국내 금융회사는 비금융회사 지분을 15% 넘게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그동안 핀테크기업을 자회사로 둘 수 없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예외적으로 금융 및 보험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핀테크기업이라면 유권해석을 통해 지분 100%를 확보할 수 있었지만 지금까지 허용된 사례는 3건에 그쳤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그동안 핀테크기업 발굴 및 육성을 바탕으로 하는 이른바 핀테크 생태계를 만들거나 외부 업무협약, 사내벤처 활성화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핀테크기업들과 관계를 맺어왔다.
해외에서는 골드막삭스, 블랙스톤, 페이팔, JP모건, 스페인 BBNA 등 금융회사들이 굵직한 핀테크기업을 인수하면서 새 수익원을 찾고 있는 것과 대비됐다.
지난해부터 은행계 금융지주 회장들을 비롯해 금융사 CEO들이 이낙연 국무총리 및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과 만나는 간담회에서 꾸준히 금융사의 핀테크기업 출자제한 폐지를 건의했던 이유다.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각종 상품과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핀테크기업과 단순 협업 관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가 봤기 때문이다.
또 자체적으로 핀테크 관련 사업을 벌이기 위해서는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했지만 이미 사업성이 검증된 핀테크기업을 인수합병하면 한결 수월하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릴 수 있다.
최근 금융회사들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디지털 전문인력 확보도 한결 쉬워질 수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5월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발을 뺀 뒤 “규제만 풀리면 핀테크 등 혁신적 기업을 인수할 뜻이 있다”며 “보수적 DNA를 벗고 융·복합을 하려면 핀테크기업 등 혁신적 기업들을 인수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회사의 핀테크기업 인수합병은 금융회사뿐 아니라 핀테크기업, 벤처캐피탈 등 각종 이해관계자들에게도 매력적 카드가 될 수 있다.
많은 핀테크기업들이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난에 허덕이며 투자유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핀테크기업에게도 긍정적 기회다.
금융회사가 이미 지니고 있는 각종 네트워크와 고객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핀테크기업이 중장기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다.
신생 핀테크기업이 네이버와 카카오 등 덩치가 큰 IT기업들과 홀몸으로 경쟁하는 것보단 금융회사의 든든한 지원 아래 성장하는 것이 더욱 수월할 수밖에 없다.
핀테크기업의 초기 성장단계에게서 투자했던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자들도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주요한 방안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그동안 벤처캐피탈의 자금회수는 주로 ‘장외매각 및 상환’과 ‘기업공개’ 등을 통해 이뤄졌는데 핀테크기업을 금융회사에 넘길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자금회수 수단이 생긴 셈이다.
지난해 기준 벤처캐피탈의 자금회수 유형을 살펴보면 장외매각 및 상환이 53.7%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 기업공개(32.5%), 프로젝트(8.2%), 기타(3.1%), 인수합병(2.5%) 등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은 차별화된 디지털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핀테크기업을 찾는 데 공을 들일 것”이라며 “핀테크기업들의 몸값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만큼 다수의 핀테크기업을 동시에 인수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