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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월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하고 있다. |
우리나라의 국가 부채가 처음 1천조 원이 넘었다고 8일 정부가 공개했다. 이 가운데 공무원과 군인연금이 596조 원을 차지했다.
이 596조원은 당장 지급해야 할 금액이 아니라 미래에 줘야 할 연금을 미리 부채로 잡아놓은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공무원들에게 걷을 연금이 이보다 많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행 제도가 유지되면 적자가 불 보듯 뻔하다. 이미 지금도 공무원과 군인에게 줄 연금이 모자라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공무원으로부터 7조 원가량의 연금을 걷었고 9조 원 가량을 연금으로 지출했다. 2조 원의 손실이 났는데 이것을 국민의 세금으로 해결했다. 이미 2003년부터 국민의 세금이 공무원 연금을 지원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세금으로 메운 누적 금액이 9조8천억 원에 이른다.
안전행정부는 올해도 공무원 연금을 보조해주기 위해 2조5800억 원을 준비해 놓고 있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보조금이 오는 2015년에 3조 원을 넘어서고 2020년에 6조 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공무원과 군인 연금이 적자가 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입자들이 덜 내고 많이 받기 때문이다. 연금이 걷힌 금액 안에서 지급 수준을 정해야 하는데 국가가 나서서 보조해 주는 이유는 공무원연금법 덕분이다. 2001년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제69조)은 공무원연금에 적자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전액 국고로 보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3개 공적연금은 내년에 재정재계산을 실시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관련법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춰 안전행정부도 '연금개혁추진단'을 꾸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장관이 교체되면서 흐지부지되고 있다. 신임 강병규 장관은 지난 2일 취임사에서 역점사업을 열거했지만 연금개혁 내용은 없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노무현 정권부터 개혁을 시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민관 공동의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위원회는 공무원이 내는 돈은 늘리고 받는 돈은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추는 개정안을 냈다. 대신 퇴직수당을 민간 퇴직금 수준으로 올려 이를 보충했다. 또 연금 지급개시 연령을 2023년부터 2년마다 한 살씩 올리는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집단반발해 백지화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임기 말에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사안으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개혁을 꼽았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며 기존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해체되고 2차 발전위가 다시 구성됐다. 이때 1차 발전위에 없었던 공무원단체 대표들이 대거 포함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대표 5인과 노조가 추천한 전문가 2명이 임명됐다. 위원회 총 인원의 절반이 넘는 이들은 쉽게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했다.
2009년 시행된 공적연금 연계제도 역시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가져왔다. 공적연금 연계제도는 공무원·군인·사학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해 가입 기간이 20년 이상 되면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가입기간은 10년이고 공무원·군인·사학연금은 20년이다. 가령 국민연금에 8년 가입하고 공무원연금에 12년 가입했을 경우 어느 연금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연계 후에 총 가입기간이 20년이 되므로 공무원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공무원연금은 1960년에 만들어져 1993년 처음으로 적자를 낸 뒤 지금까지 3차례 개혁을 거쳤다. 1995년 시행된 첫 번째 개혁은 보험료를 소폭 올리고 연금 산정 기준을 ‘직전 보수’에서 ‘최종 3년 평균 소득’으로 변경하는 것이었다. 2001년 시행된 두 번째 개혁은 보험료를 올리고 연금액 조정 방식을 보수 상승률에서 물가 상승률로 바꾸는 방식이었다. 이때 적자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했다.
해마다 공무원 연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JTBC가 현대리서치와 함께 전화면접조사를 한 결과 공무원 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이 49.6%, 개혁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32.6%,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17.8%였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공무원연금 문제는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개혁 움직임이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있어 걱정"이라며 "국민들이 거국적 차원에서 당사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