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시대에 큰 역할을 맡았던 인물들을 자연스럽게 교체함과 동시에 책임경영 기조를 강화하고 그룹의 기강을 확립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의 인사혁신 기조가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일자로 이사대우와 이사, 상무까지의 임원 직급체계를 상무로 통합하면서 사장 이하 6단계 직급은 사장과 부사장, 전무, 상무 등 4단계로 축소했다.
현대차그룹의 직급체계는 다른 대기업보다 다소 복잡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조직의 의사결정구조를 단순화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현대차그룹이 만들어진 이후 19년 동안 이어져온 정기 임원인사도 폐지했다. 현대차그룹은 연말마다 부사장급 이하 임원인사를 실시했는데 앞으로는 경영환경과 사업전략 변화 등과 연계해 연중 수시인사체제로 전환했다.
인사는 조직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의사결정체계다.
누구를 언제 어느 자리에 앉히느냐를 통해 조직이 나아가고자 하는 지향점을 보여주기도 하며 이렇게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점에 비춰 봤을 때 현대차그룹의 대대적 인사제도 개편은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으로 ‘정의선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이정표다.
정기 임원인사는 그룹의 중책을 맡고 있는 임원진에게 1년 활동을 평가해 보상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임원진이 자신의 노력을 언제 보상받을지 알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나름 ‘효율적이고 적절한 제도’로 평가받았는데 이를 수시인사로 전환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그동안 현대차그룹을 ‘정보통신기술(ICT)기업보다 더 ICT기업 같은 회사’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조직 혁신에 속도를 내기 위해 임원진의 성과에 그때그때 보상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철저하게 ‘신상필벌’ 하기 위해 수시 인사를 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선 시대를 함께 이끌어갈 인재를 주요 계열사에 배치하려는 목적에서 인사제도에 변화를 주게 됐다는 시각도 있다.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대표이사에 선임한 것이 이를 상징한다.
기존에 현대엔지니어링을 이끌어온 성상록 사장은 임기를 1년가량 앞둔 상황에서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고문에 위촉됐다.
정 수석부회장이 ‘정몽구 시대’의 사람들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하고 젊은 인물들을 중용하기 위해 ‘수시인사’라는 카드를 꺼냈을 수 있다.
수시인사를 제도화하면 앞으로 주요 계열사에 ‘정의선 사람’을 발탁하는 데 부담을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