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사회

개강이 코앞인데 위장취업 하라고? 대학가 강사법 개정 '쇼크'

석현혜 기자 shh@businesspost.co.kr 2019-02-26  17: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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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이 코앞인데 위장취업 하라고? 대학가 강사법 개정 '쇼크'

▲  11월 22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대학구조조정 반대 기자회견에서 '강사법관련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시간강사인 이모씨는 얼마 전 대학으로부터 당황스런 얘기를 들었다. 강의를 계속하고 싶으면 다른 연구소나 회사에 취업하라는 것이었다.

위장취업이라도 좋으니 다른 직장에서 4대보험을 등록하고 오라는 황당한 제안을 받은 것이다. 8월 강사법이 시행되면 대학이 시간강사의 4대보험과 퇴직금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미리 이런 문제가 해결된 강사만을 고용하겠다는 것이다.    

26일 대학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8월 강사법 개정을 앞두고 각 대학들이 강사를 해고하거나 강좌 수를 줄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강사법)을 2019년 8월부터 시행한다. 강사법은 시간강사도 고등교육법상 교원 지위를 부여해 임용기간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제정됐다.

강사 임용기간을 최소 1년 이상 계약하며 방학 중에도 임금을 지급하고 3년까지는 재임용절차 보장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시간 강사의 처우를 개선하려는 법의 취지와 달리 현실에서는 강사들이 대량해고되는 부작용이 먼저 나타났다.

8월부터 강사법이 적용돼 시간강사의 임기가 보장되면 대학 측이 임의로 강사를 해고할 수 없다. 때문에 1학기 개강을 앞둔 2월부터 대학이 강사 수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강사가 다수 해고되면서 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강의수가 대폭 줄자 ‘학습권 침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에 따르면 연세대는 선택교양 교과목을 60%  축소했고 배화대는 졸업이수학점을 80학점에서 75학점으로 낮췄다. 대구대는 200개 강좌를 줄이고 강좌 최대 수강인원을 70명에서 80명으로 확대하고 전임교원 수업시수도 주당 13학점 이상 늘렸다. 

중앙대 강사법관련 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는 “중앙대 서울캠퍼스 교양과목 수가 2018년 750개에서 2019년 689개로 61개 줄었고, 안성캠퍼스 전공과목은 746개가 사라졌다”며 “전년보다 강사 수가 264명이나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총학생회도 고려대의 1학기 학부 개설과목 중 전공과목이 1613개로 2018년 1학기 1687개보다 74개 줄었고, 교양과목도 1028개에서 1047개로 161개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습권 침해 해결을 요구하며 서명 운동과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좌 수 줄이기만이 아니다.

시간강사들에게 겸임교수, 초빙교수 전환을 요구해서 대학의 임용 부담을 줄이는가 하면, 4대 보험 해결을 위해 위장취업을 요구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시간강사들을 해고하고 그 대신 전임교수 강의시수를 늘리거나 교과목을 통폐합하는 등 대학마다 다양한 꼼수를 동원했다.  

한 대학강사는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그만두는  강사들이 주변에 많다”며 “강사법이 시행되면 대학에서 오래 강의한 강사들은 시급이나 임기를 더 보장해줘야 하기에 대학 측이 부담스러워한다”고 전했다. 

대학 측은 아직 수강신청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예측이라고 주장한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3월말까지 수강취소 기간이라 정확한 과목 수는 집계할 수 없다”며 “상황에 따라 분반되거나 증설될 수도 있기에 아직 과목수가 전년도 대비 줄었다거나 늘었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강사법을 둘러싼 줄다리기의 핵심은 강사 임용 보장을 위한 예산이다. 교육부는 2019년 강사법 관련 예산에 288억 원을 반영했다. 반면 사립대학은 강사들의 퇴직금과 건강보험비, 방학 중 시급 지금 등을 반영했을 때 1년 기준 2700억 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사회경제학회는 19일 성명서에서 “대학들은 급격한 학생 수 감소에다 수년 동안 등록금 동결로 마른 수건을 짜는 형국이다. 대다수 대학은 통째로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강사법을 강요하며 대학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은 현장에 너무 무지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강사법 시행에 따른 혼란을 줄이기 위해 지난 1월 시간강사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고 대학과 강사 측 대표가 함께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하고 운영메뉴얼을 제작 중이다. 또 시간강사의 고용 안정성과 강좌 운영현황을 2020년도 예산 집행에 반영하는 ‘대학·전문대학 혁신 지원사업 기본계획 시안’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대학이 강사법 연착륙을 위해 노력해 달라”며 “시간강사 고용과 처우개선에 힘써달라”고 요청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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