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담 쌓으려는 유시민, 정치에 끌려가는 운명도 거부할까

▲ 유시민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의 알릴레오 유튜브 채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그를 정치로 끌어오려는 시도를 멀리할 수 있을까?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10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유시민의 눈빛을 보니 불출마 의지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더라”며 유시민의 정계복귀 부인 의사를 재확인했다.

배 본부장은 유 이사장의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유 이사장과 함께 진행을 맡고 있다.

유 이사장은 6일 알릴레오의 후속방송 ‘고칠레오’ 1회를 통해 “정치를 다시 하게 되면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365일 을의 위치로 무조건 가야 할 것”이라며 “대통령과 같은 무거운 책임을 맡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2022년 대선이 치러질 즈음에는 낚시터에 있을 거라는 짐작도 덧붙였다.

유 이사장은 “3년 반쯤 뒤에 있는 대선 때는 노무현재단 이사장 임무도 마치고 날씨만 좋다면 낚시터에 앉아 있을 것”이라며 “제 삶에 대한 선택을 존중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노무현재단 이사장 취임 당시 “다시 공무원이 되거나 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는 유시민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새해를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 이사장은 범여권 차기 대선후보 10명 가운데 이낙연 총리(20.6%)에 이어 17.8%의 지지율을 보였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차기 대선주자 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호도 조사에서는 황교안 전 총리(10.1%)를 누르고 10.5%의 지지율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유 이사장이 5일 시작한 유튜브 방송이 '시청률 대박'을 터트린 만큼 지지율은 더 올라 갈 수도 있다.

유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는 10일 기준 구독자 59만2901명으로 60만 명을 넘보고 있고 첫회 방송은 조회수 250만을 앞두고 있다.

유 이사장의 등판 전 주목을 끈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3주 정도 일찍 ‘TV홍카콜라’를 시작했음에도 10일 기준으로 구독자 23만여 명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알릴레오의 인기는 열풍에 가깝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유시민이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것을 놓고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 표현했다. 

유 이사장이 2018년 10월15일 5대째로 취임한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한명숙 전 총리, 문재인 대통령, 이병완 전 비서실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등의 거물들이 거쳐간 자리다.

2013년 정계를 떠난 유 이사장이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내정됐을 때부터 참여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친노 인사 유시민이 ‘노무현의 적자’로 복귀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유 이사장을 향한 여론의 기대도 고조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9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범진보·여권 지지층에 해당하는 응답자의 54.2%는 유 이사장이 정계에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동시에 범진보·여권 지지층의 59.3%가 유시민의 정계복귀를 지지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범진보·여권 지지층은 현실적으로 유 이사장이 정치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면서도 그가 정계로 돌아온다면 대체로 환영할 뜻을 내비친 셈이다.

반대로 범보수·야권 지지층은 유 이사장이 정계에 돌아올 것이라 보는 응답이 더 많았음에도 그의 정계 복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79.9%)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보수진영에서 유 이사장의 귀환은 강력한 경쟁자의 불편한 귀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진보 진영에서 뚜렷하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차기 대선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지금 같은 여론의 지지가 뒷받침된다면 유 이사장이 본인의 고집을 꺾게 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에 정치에 뜻이 없다고 했다가 정계로 돌아온 선례들이 있다는 것 또한 유 이사장의 출마 시나리오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게 한다.

유 이사장의 가까운 비교 대상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를 민정수석으로 임명할 당시 조건을 민정수석 직책으로 끝낼 것, 정치하라는 요구를 하지 말 것으로 내세웠을 정도로 정치에 뜻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로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았을 때에도 정치활동에 의사가 없음을 거듭 밝혔지만 이후 두 번의 대선 끝에 결국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문 대통령은 저서 ‘사람이 먼저다’에서 “암울한 시대가 저를 정치로 불러냈다”며 불안정한 정세와 국민적 지지가 원치 않았던 정치활동의 동기였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 역시 그의 의지와 달리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을 100%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문 대통령이 가짜뉴스 관련 엄중한 대처를 강조하면서 가짜뉴스를 바로잡는 ‘팩트체크’ 방송을 표방한 유 이사장의 행보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은 8일 열린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를 지속적, 조직적으로 유통하는 데 정부가 단호한 의지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며 각 부처의 신속한 대응을 당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