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을 향한 3대 제안을 담은 '한반도 평화통일구상'을 내놓았다. 북한이 제안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전문가들의 이목은 북한의 첫 반응에 쏠려 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버리는 결단을 한다면 북한에게 필요한 국제금융기구 가입 및 국제투자 유치를 우리가 나서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 |
||
▲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순방에서 통일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뉴시스> |
박 대통령은 먼저 "남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부터 해결해가야 한다"며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재차 촉구하고 북한 산모와 유아에 대한 지원계획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과거 동서독은 이산가족 등 분단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상호 방문을 허용했고 꾸준한 교류를 시행했다"며 "남북한도 이제는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등으로 가족들의 한을 풀고 동시에 남북 간 신뢰를 쌓는 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생인프라 구축과 관련해 남북한이 공동으로 복합농촌단지를 조성할 것을 제안하고 이를 통한 경제협력 확대를 기대했다.
박 대통령은 "농업생산의 부진과 산림의 황폐화로 고통받는 북한 지역에 농업, 축산, 그리고 산림을 함께 개발하는 복합농촌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남북한이 힘을 합해야 한다"며 "씨뿌리기에서부터 추수까지 전 과정에서 남북한이 협력한다면 그 수확물뿐 아니라 서로의 마음까지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북한 주민들의 편익을 도모하기 위해 교통, 통신 등 가능한 부분의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고 북한은 한국에게 지하자원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남북한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장차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대통령은 "현재 추진 중인 나진·하산 물류사업 등 남북·러 협력사업과 함께 신의주 등을 중심으로 남·북·중 협력사업을 추진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공동발전을 이뤄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과 관련해서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를 통해 남북 주민 간 교류를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무엇보다 남북한 주민이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정치적 목적의 사업, 이벤트성 사업보다 순수 민간 접촉이 꾸준히 확대될 수 있는 역사연구와 보전, 문화예술, 스포츠 교류 등을 장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원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경제운용과 경제특구 개발 관련 경험, 금융, 조세 관리, 통계 등에 관한 체계적 교육과 훈련도 지원해 나갈 것"이라며 "이런 제안을 남북한이 함께 실현할 수 있도록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를 북측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3대 제안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이를 전제로 적극적 지원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버리는 결단을 한다면 이에 상응해 북한에게 필요한 국제금융기구 가입 및 국제투자 유치를 우리가 나서서 적극 지원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주변국 등과 함께 동북아개발은행을 만들어 북한의 경제개발과 주변지역의 경제개발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독일 순방에서 한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옛 동독 지역을 방문했다. 통일 이전까지 드레스덴은 동독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었다. 19세기 드레스덴은 기계, 항공, 자동차 등 산업이 발달하며 독일에서 가장 활발한 산업도시였다. 그러나 2차세계대전 때 영국군의 폭격으로 25만이 사망하고 도시의 85%가 파괴돼 폐허가 됐다.
그러나 통일 이후 정부의 적극적 경제구조개선사업을 거쳐 현재는 독일의 대표적 과학산업도시로 변했다. 1828년 창설된 공과대학과 1500개의 회사가 있으며 연구인력만 1만5천 명에 달한다. 유럽 내 가장 큰 산학연 클러스터를 형성해 독일의 실리콘 밸리라는 별칭도 있다. 2000년 이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6.8%이며 2001년 이후 인구 1인당 구매력은 7% 이상 증가했다.
박 대통령은 27일 드레스덴궁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해 “25년 전 동독 평화혁명의 서막을 열었을뿐 아니라 통일 후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역동적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작센주는 여전히 분단된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 한국인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드레스덴은 독일 작센주의 주도다.
드레스덴은 베를린장벽 붕괴 후인 1989년 12월19일 헬무트 콜 당시 서독 수상이 처음으로 동독을 방문해 “역사적 순간이 허용한다면 저의 목표는 한결같이 우리 민족의 통일”이라는 선언을 했던 의미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한편 하이마 오로스 드레스덴 시장은 드레스덴의 거리 중 한 곳을 한국거리(KoreaStraße)로 명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