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인프라,MKIF) 주주들이 맥쿼리인프라의 성격을 어떤 펀드로 볼지에 따라 운용사 교체를 다루는 주주총회 결과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맥쿼리인프라는 ‘액티브펀드’일까 ‘패시브펀드’일까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용인-서울고속도로와 인천대교 등 국내 12개 인프라 자산에 투자한 맥쿼리인프라의 운용사 교체 여부를 결정하는 임시 주주총회가 19일 열린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맥쿼리자산운용과 플랫폼파트너스, 코람코자산운용의 장외 설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백철흠 맥쿼리자산운용 대표이사와 정재훈 플랫폼파트너스 대표이사, 전응철 코람코자산운용 대표이사 등은 여러 방법을 동원해 각자의 의견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맥쿼리인프라 운용사 교체 여부와 관련된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맥쿼리자산운용이 받는 보수가 과다한가’ 하는 점과 ‘코람코자산운용이 맥쿼리인프라를 운용할 중장기적 능력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두 쟁점은 결국 맥쿼리인프라를 '패시브펀드로 볼 것이냐, 액티브펀드로 볼 것이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패시브펀드'는 투자된 자산을 '관리'하는 수준으로 운용하며 시장 수익률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과가 나온다. 운용사의 운용 역량에 따라 성과가 크게 변하는 펀드가 아니다.
반면 '액티브펀드'는 시장 수익률보다 더 높은 운용 성과를 거두는 운용 방식으로 운용사의 역량에 따라 펀드 성과가 크게 좌우된다.
운용사의 역량이 중요한 액티브펀드가 패시브펀드와 비교해 운용사가 훨씬 더 높은 보수를 차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플랫폼파트너스와 코람코자산운용은 맥쿼리자산운용이 사실상 정부와 맺은 협약에 따라 맥쿼리인프라 자산을 관리하는 수준으로 운용하는 만큼 패시브펀드로 봐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운용이 인프라펀드를 운용해본 경험이 없지만 맥쿼리인프라를 맡을 충분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람코자산운용은 “맥쿼리인프라의 운용사로 선정되면 철저한 원칙에 입각한 패시브 운용을 수행할 것”이라며 “맥쿼리인프라는 패시브펀드로 관리됐으며 한국의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맥쿼리자산운용은 주무 관청과 통행료 협상이나 사업 재구조화 등을 진행하며 경영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맥쿼리인프라를 액티브펀드로 봐야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맥쿼리인프라는 2006년부터 연평균 수익률 9.4%를 달성한 만큼 같은 기간에 평균 수익률이 3.5%대를 보인 패시브펀드로 보기 어렵다는 점도 근거로 들고 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맥쿼리그룹의 글로벌 전문인력 480여 명이 보유한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경영활동을 펼친 결과”라며 “맥쿼리인프라와 같이 시가총액 3조 원을 넘는 사업은 코람코자산운용이 내세우고 있는 소수의 인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 국내 투자자들 손에 주주총회 결과 갈릴 듯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맥쿼리인프라 운용사 교체와 관련해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주총회에서 대부분 현상 유지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맥쿼리그룹 기업로고(위부터)와 플랫폼파트너스 기업로고, 코람코자산운용 기업로고.
일반적으로 운용사의 파산이나 과실, 배임 등 중대한 사유가 없는 상황에서 펀드 청산 전에 운용사를 교체하는 사례가 매우 드문 데다 외국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참고하는 글로벌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맥쿼리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ISS는 플랫폼파트너스가 교체 운용사로 제안한 코람코자산운용을 놓고선 “코람코자산운용이 정부와 분쟁 및 협상 과정에서 펀드 자산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1년 뒤 운용사를 재선정하는 과정에서 코람코자산운용이 제시한 보수 수준을 받아들일 역량있는 운용사를 찾는 것 역시 불확실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다만 맥쿼리인프라 주주 구성은 기관투자자 47.9%, 개인투자자 27.6%, 외국인투자자 22.7% 등으로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75%를 웃도는 만큼 국내 투자자들의 표심에 따라 주총 결과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투자자들은 운용보수를 낮추는 데는 크게 환영하고 있지만 운용사 교체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운용사 교체 안건은 맥쿼리인프라 정관상 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50%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되기 때문에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들이 주총에 얼마나 참여하는 지도 변수로 꼽힌다.
맥쿼리자산운용은 이번 주총에서 운용사 지위를 유지하더라도 표 차이가 크게 나지 않으면 앞으로 꾸준히 운용보수를 놓고 주주들의 불만이 터져나올 수 있다는 점도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맥쿼리인프라는 “플랫폼파트너스측의 여러 주장들이 사실을 왜곡해 표결을 앞둔 주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며 “시중의 잘못된 오해와 여론을 호도하는 주장에서 진실을 잘 파악해 투자 자산의 가치를 지키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코람코자산운용은 “운용사로 선정되면 계약조건을 유지하되 민자사업 재구조화 과정에서 철저히 주주 이익을 보호하고 엄격한 준법 감시체계를 통해 운영을 투명하게 바꾸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