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발언'으로
고은 시인에게 소송당한 최영미 시인이 성추행 행위 진위를 놓고 법정에서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이상윤)는 31일
고은 시인이 최영미 시인과 박진성 시인, 언론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첫 기일을 열었다.
▲ 고은 시인(왼쪽)과 최영미 시인.<연합뉴스> |
재판에는 최영미 시인이 직접 참석했다.
고은 시인은 참석하지 않았다.
고은 시인의 변호대리인은 성추행 여부를 놓고 "원고(
고은)는 그러한(성추행) 사실이 없는 만큼 피고들의 주장은 허위"라며 "진실성 부분의 입증이 문제가 되는 만큼 의혹을 제기한 측에서 구체적으로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최영미 시인의 대리인은 "피고가 제보한 것은 현장에서 직접 들은 내용이라 명백하고 객관적 사실"이라며 "
고은 시인이 다른 데서도 유사한 행동을 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말했다.
박진성 시인의 대리인도 "박 시인이 직접 목격한
고은 시인의 행동이 미투 운동으로 불거져 나와 (자신도 목격한 일이 있다면서)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일 뿐"이라며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영미 시인은 재판이 끝나고 "문단 내 성폭력을 말하면서
고은씨의 이야기를 안 하는 건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문인들이 그렇게 비겁하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문인들은 최영미 개인이 아니라 정의를 위해서 나서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영미 시인은 지난해 시 '괴물'을 발표해 문단 내부의 성폭력과 남성 중심의 권력구조를 폭로했다.
괴물은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 Me too /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 시인은 이 시에 등장하는 En선생이 원로 시인
고은씨라고 공개했다. 2월6일 직접 방송 뉴스에 출연해
고은 시인의 성추행이 상습적이었다고 폭로했다.
그뒤 박진성 시인도 블로그를 통해 "나는 추악한 성범죄 현장의 목격자이자 방관자로서 지난날의 나를 반성한다"며 최 시인의 말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고은 시인은 7월17일 서울중앙지법에 최영미 시인과 박진성 시인, 언론사 등을 상대로 10억7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