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오랜 기간 대규모 적자를 보며 '골칫덩이'로 안고 있던 중대형 배터리사업에서 본격적으로 결실을 거둘 시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발빠르게 에너지저장장치(ESS)분야로 눈을 돌리고 신규공장 가동을 앞당기는 등 불도저식으로 밀어부쳤던 것들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삼성SDI가 지난 수년 동안 중대형 배터리에 적자를 감수하고 대규모 시설투자와 연구개발을 지속해온 것은 주로 전기차분야에서 공급을 확대하려는 목표를 두고 이뤄졌다.
하지만 휘발유와 디젤 등 화석연료차량이 대부분인 시장에서 전기차가 '대세'로 자리잡기는 여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전 사장은 지난해 삼성SDI 대표에 오른 직후 이런 상황에 주목해 에너지저장장치 고객사로 중대형 배터리 공급물량을 돌리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이런 노력으로 호주의 세계 최대 규모 에너지저장장치 프로젝트, 규제가 까다로운 미국에서 2건의 프로젝트 수주 등 의미있는 성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에 따르면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위권에 머무른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에너지저장장치시장 점유율은 30%에 가까워 1위를 차지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SDI가 적자를 보는 전기차 배터리보다 수익성이 높은 에너지저장장치에 공급을 집중하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본 것"이라며 "최소 3년 정도 우위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의 본격적 성장은 전기차 배터리보다 앞선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가 시장을 선점한 효과를 봐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전 사장은 이를 앞두고 삼성SDI가 수혜폭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고 있다.
전 사장이 올해 연말에서 상반기로 가동 시기를 앞당긴 유럽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완공되면 한국과 중국 생산공장에서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의 생산 비중을 크게 높일 수 있다.
BMW와 폴크스바겐 등 완성차 고객사의 신차 출시일정에 맞춰 공급망을 구축하는 한편 생산라인을 최대한 빠르게 효율화하기 위해 전 사장이 적극적으로 나선 성과인 것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입찰에 참여했던 칠레 리튬 개발사업권도 최근 따내는 데 성공하며 배터리업체들의 최대 당면과제로 꼽히는 원재료 확보 노력에도 성과를 냈다.
에너지저장장치와 전기차 배터리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에 대비해 삼성SDI가 원가 경쟁력과 공급능력에서 모두 우위를 갖춰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김 연구원은 "에너지저장장치 수주 성과가 삼성SDI 중대형 배터리 흑자 전환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며 "올해부터 가파른 실적 증가를 보이며 '성장통'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삼성SDI 주가는 12일 오후 3시 현재 직전거래일보다 3% 이상 오른 20만2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