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사물함 속 2억 원'의 주인이 대형 법조비리 ‘정운호게이트’의 핵심인물인 최유정 변호사로 밝혀져 눈길을 끌고 있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성균대학교 사물함에서 발견된 2억 원대 뭉칫돈은 최 변호사의 부당수임료 가운데 일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성균관대 '사물함 2억'의 주인, 변호사 최유정은 누구?  
▲ 최유정 변호사.
최 변호사는 지난해 5월 수감을 앞두고 남편인 성균관대 A교수에게 15억 원의 범죄수익금을 보관해 달라고 부탁했다. A교수는 대여금고에 13억 원을 숨기고 나머지 2억 원을 연구실에 보관해오다가 올해 2월 사물함에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최 변호사는 2016년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돼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2015년 12월 상습도박으로 재판을 받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블릭 대표를 찾아가 “재판부에 청탁해 보석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착수금 20억 원을 포함해 50억 원의 수임료를 받았다.

정 전 대표는 보석이 기각되자 20억 원 반환을 두고 최 변호사와 구치소에서 다퉜는데 최 변호사가 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하면서 이 일이 알려졌다.

처음에는 최 변호사의 과다수임료가 논란이 되었는데 최 변호사가 법원 및 검찰에 사건을 청탁하고 수사무마를 꾀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법조계 전반의 비리 논란으로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등 다양한 의혹들이 불거져 나왔다.

최 변호사는 올해 1월 정 전 대표 등으로부터 100억 원의 부당 수임료를 받은 죄(변호사법 위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6년, 추징금 45억 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3월1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법질서를 향한 불신을 주고 물의를 일으킨 점을 사죄하고 싶다”며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뭉칫돈의 발견으로 과연 최 변호사의 사죄에 진정성이 있었느냐는 의심을 받게 됐다.

최 변호사는 판사로 재직할 당시 돋보이는 실력과 다양한 재능으로 주위의 기대가 컸다고 알려졌다.  

전주 기전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95년 사법시험(사법연수원 27기)에 합격해 법조인의 길에 들어섰다.

1998년 서울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해 서울 남부지원, 전주지법, 수원지법에서 일했고 법원도서관 조사
  성균관대 '사물함 2억'의 주인, 변호사 최유정은 누구?  
▲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 수원캠퍼스 생명과학부 건물 1층 개인사물함에서 발견된 2억원 상당의 원화와 달러.
심의관을 지냈다.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은 대법관이 판례연구에 이용하는 자료를 수집하고 판례 정보를 정리하는 중요보직 가운데 하나다.

법원에서 ‘글쓰기 솜씨’로도 유명했다. 2007년 법원에서 선정한 ‘문예상 대상’을 수상했고 법조 전문지에도 자주 칼럼을 기고하면서 ‘문학판사’로 불렸다.

2014년 전주지법 군산지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원을 나와 대형로펌인 광장에 들어갔고 이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냈다. 판사생활을 그만 둔 것은 경제적 이유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을 낸 뒤 처음에는 사건수임이 순탄치 않았다. 그러나 법조 브로커들과 어울리면서 항소심 재판에서 형량을 깎는 성공율이 높다는 소문이 났고 이 때문에 정운호 전 대표의 사건을 맡게 됐다.

활달한 성격으로 법조계에서 평판이 좋아 처음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됐을 때 “법조 브로커 조직에 당한 것 아니냐”는 동정론이 일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