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나스닥 상장 이후 성장 정체에 빠진 네이버웹툰의 미국 본사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리더십 개편과 대형 지식재산(IP) 협력을 발판 삼아 실적 반등을 노린다.

올해 웹툰엔터 창업자 김준구 대표 중심의 경영 체제를 대대적으로 재편한 가운데, 디즈니와 협력을 통해 실적 개선과 북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올해 3월6일 김용수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글로벌 웹툰 사업 총괄을 신임 프레지던트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네이버웹툰>


9일 정보기술(IT)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웹툰엔터테인먼트는 8일(현지시각)부터 11일까지 열리는 미국 ‘뉴욕 코믹콘’에서 월트디즈니 산하 마블엔터테인먼트와 공동 개발한 디지털 만화 플랫폼 ‘마블 코믹스’의 베타 버전을 처음 공개한다. 정식 출시일은 오는 11월16일이다.

새로 선보이는 마블 코믹스 앱은 마블, 스타워즈, 20세기스튜디오의 디지털 만화 3만5천 편을 제공한다. 미국 만화 특유의 페이지 넘김 방식과 웹툰식 세로 스크롤 방식을 모두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요금제는 신간을 출시 3개월 뒤부터 볼 수 있는 기본형(월 9.99달러)과 1개월 뒤부터 이용 가능한 상위 요금제(월 12.49달러) 두 가지로 운영된다.

이 앱은 마블이 지난 19년 동안 운영해온 디지털 만화 구독 서비스 ‘마블 언리미티드’를 대체할 예정이다. 마블 언리미티드는 지난 5일 신규 가입을 중단했으며, 오는 12월7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앞서 회사는 지난해 8월 디즈니와 전략적 협업을 발표하고, 마블 만화를 자사 플랫폼에 수급한 데 이어, 이번에 독자 만화 플랫폼 구축까지 협력 범위를 넓혔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마블 앱 출시와 함께 디즈니 IP를 활용한 오리지널 웹툰 시리즈도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그동안 북미와 유럽 등 서구권 시장에서 침투율 확대가 다소 더뎠던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이번 협업을 통해 기존 마블의 탄탄한 팬층을 유입할 통로를 확보하게 됐다.

웹툰 형식에 익숙하지 않은 서구권 독자들이 디지털 만화에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수 웹툰엔터테인먼트 사장은 “마블 코믹스 앱은 팬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와 더욱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웹툰의 디지털 만화 플랫폼 구축 전문성과 마블의 독보적인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기존 팬과 신규 독자 모두 마블의 세계를 쉽게 탐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미국 현지시각 11월16일 월트디즈니 산하 마블엔터테인먼트와 공동 개발한 디지털 만화 플랫폼 ‘마블 코믹스’ 앱을 정식 출시한다. <마블 코믹스 홈페이지 캡처>


이번 디즈니와 연합은 정체기에 직면한 웹툰엔터테인먼트의 하반기 최대 승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8월 디즈니와 협업을 발표한 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하루 만에 81.2% 폭등하는 등 시장의 큰 기대를 받아왔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9700억 원(6억5934만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327억 원을 기록해 5년 연속 적자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용자 지표 역시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2분기 글로벌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억5690만 명으로 전년 대비 0.5% 증가하는 데 그쳤고, 앱 MAU는 오히려 8.0% 감소했다. 특히 핵심 수익원이었던 일본 시장 매출이 15.4%(고정환율 기준 6.7%) 역성장하며 위기감이 고조됐다.

지난 2024년 6월 나스닥 상장 당시 시장이 기대했던 성장성은 아직 실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주가 급락 여파로 미국 투자자들의 증권 집단소송까지 이어졌으나, 최근 법원이 합의 목적의 소송 집단을 잠정 승인하면서 1005만 달러(약 130억 원) 규모로 합의를 매듭짓는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연방지방법원은 오는 12월1일 합의안의 최종 승인 여부를 심리할 예정이다.

이번 디즈니와 협업은 올해 단행된 리더십 개편 이후 김용수 사장 체제가 내놓는 첫 포석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월 당시 김용수 최고전략책임자(CSO)를 프레지던트(사장)로 승진시키고 이사회에 합류시켰다.

경영진 대부분이 김 사장에게 보고하는 구조로 개편되면서, 김 사장이 사실상 실무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창업자인 김준구 대표는 웹툰엔터테인먼트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으로서 장기 전략 수립에 집중한다.

이어 지난 10월1일에는 한국법인 네이버웹툰 대표도 김준구 단독 대표에서 김용수·김규남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이번 디즈니 프로젝트는 김 사장이 지난 2025년부터 기획과 협상을 직접 주도해 온 핵심 사업이다.

김용수 사장은 글로벌 사모펀드(PEF) KKR 출신으로 맥킨지앤드컴퍼니, 테슬라코리아 창립 멤버, 넷마블 등을 거쳐 2022년 말 웹툰엔터에 합류해 나스닥 상장과 이번 디즈니 협업을 이끌어왔다.

회사는 올해 3분기 매출 성장률 가이던스로 0.7~3.3%를 제시하며 숨고르기를 예고한 한편, 4분기 말까지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