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550조 원을 넘어선 퇴직연금 시장에 ‘기금형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의 불씨가 다시 지펴지고 있다.
현재 기금형 도입이라는 큰 방향에는 노사정이 합의했지만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참여 범위와 수탁법인 설계 등 세부 이견을 조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가 제도 설계를 마무리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도 서로 다른 운용모델을 담은 법안들이 계류돼 있어 어떤 구조로 입법이 이뤄질지가 주목된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금형 퇴직연금 병행 도입’을 위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현재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저조한 수익률과 높은 수수료라는 뚜렷한 한계에 부딪혀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 연기금들과 글로벌 연기금들이 높은 수익을 낼 때 우리 퇴직연금 수익률은 3~4% 대에 머물렀다”며 “반면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수수료 수입은 운용 성과와 무관하게 7년간 약 98%나 폭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와 같은 저조한 수익률, 높은 수수료 구조는 자산운용 전문가가 아닌 사용자 또는 가입자가 직접 상품 운용을 지시하는 계약형의 한계”라며 “이에 저는 기금운용 전문 기관이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병행 도입하는 내용의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지난 2일 대표 발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용우 의원안은 민주당 당론은 아니다.
이용우 의원안은 현행 계약형을 유지하면서 금융기관개방형과 연합형, 공공기관개방형,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등 4가지 형태의 기금형을 병행하도록 했다. 국민연금공단과 공무원연금공단, 사학연금공단 등 공적연금관리기관도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다만 공적연금관리기관이 관리하는 기금형 적립금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을 기준으로 시행 뒤 3년까지 10%, 4년까지 20%, 5년까지 3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공적연금의 운용 전문성을 활용하면서도 민간 금융시장 잠식 우려를 줄이려는 장치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553조9천억 원에 이른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위한 국회 논의는 이미 여러 갈래로 진행돼 왔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공단 참여안과 노사 비영리 수탁법인형을 각각 제안했고,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민간 퇴직연금사업자의 전문운용사 경쟁형을 내놨다. 안호영 민주당 의원도 퇴직연금 관리와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운용 등을 담당하는 별도 퇴직연금공단 신설안을 발의했다.
한정애 의원의 발의안과 안도걸·안호영 의원 발의안은 모두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번 이용우 의원 발의안은 민간 금융기관형과 노사 연합형, 공공기관형 등을 한 제도 안에 병존시키는 구조로 기존 논의를 종합한 형태에 가깝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지난해 10월 퇴직연금 기능강화 노사정 태스크포스 출범을 시작으로 올해 2월6일 노사정 공동선언과 2월23일 당정협의, 3월 실무작업반 가동 등을 거치며 구체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사정은 기존 계약형을 폐지하지 않고 기금형을 병행하면서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를 추진한다는 큰 원칙에 합의했다.
민주당과 정부는 올해 2월 당정협의에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의 연내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정부는 3월11일 기금형 세부 제도안을 7월까지 마련한다는 일정을 내놨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했던 7월을 넘겨서도 최종 제도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정부 논의가 길어지는 배경에는 기금형 도입 자체보다는 ‘누가 기금을 만들고 실제 돈을 굴릴 것인지’를 둘러싼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공공형 기금 참여 범위와 민간 수탁법인의 인가 기준 및 운영 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도 아직 남아 있다.
이와 별도로 가입자가 별도로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을 때 기금형에 자동편입할지와 기금형에서 다시 계약형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이동권을 어느 수준까지 보장할지도 노사 사이 쟁점으로 남아 있다.
금융권 의견수렴 일정도 거듭 미뤄졌다.
정부와 금융권의 퇴직연금사업자 최고경영자 간담회는 당초 9월2일에서 같은 달 15일로 미뤄진 뒤 추석 이후로 다시 연기됐고 이번달 2일로 재조정된 일정도 성사되지 못했다.
다만 최근에는 퇴직연금 개편 논의가 고용노동부 실무작업반을 넘어 범정부 차원의 조율 단계로 올라섰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취임 뒤 첫 경제현안간담회에서 퇴직연금 제도개선을 안건으로 올렸다. 고용부와 금융위원회, 기획예산처와 청와대 경제성장수석 등이 함께 논의한 뒤 추가 협의를 거쳐 정부 방침을 확정하기로 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달 29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실무작업반을 통해 기금형 설계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민연금 참여 방식을 포함한 핵심 운용주체 문제는 여전히 최종 조율 대상으로 남아 있다.
이용우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 뒤 취재진과 만나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다뤄지고 국정과제로 담겼다”며 “지난한 논의과정이 있었고 노사정 합의를 선언의 방식으로 발표한 바도 있고 실무 단위에서 굉장히 많이 해오고 있고 마무리됐다. 그런 부분을 반영해서 정부가 일정 방향과 구체적 개정안까지도 만들어가고 있는데 마무리 단계인 듯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참여 범위와 수탁법인 인가 및 지배구조, 가입자의 자동편입과 이동권을 둘러싼 합의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가 실제 제도화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월 국정감사와 연말 예산심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이달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는 퇴직연금 제도개선 방향에서 공적연금의 참여 범위와 수탁법인 구조 등 핵심 쟁점을 얼마나 구체화하느냐가 연내 입법 가능성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환노위 사정에 밝은 한 여당 관계자는 7일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노사정 협의 및 합의를 통해서 큰 틀이 마련되면 국회로 논의가 넘어간 이후 해당 소위에서 여러 의원안들과 함께 병합심사 될 전망”이라며 “연내 입법을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석천 기자
현재 기금형 도입이라는 큰 방향에는 노사정이 합의했지만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참여 범위와 수탁법인 설계 등 세부 이견을 조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가 제도 설계를 마무리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도 서로 다른 운용모델을 담은 법안들이 계류돼 있어 어떤 구조로 입법이 이뤄질지가 주목된다.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앞줄 왼쪽 네 번째)과 장지연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 위원장(앞줄 왼쪽 다섯 번째)이 2월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뒤 선언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금형 퇴직연금 병행 도입’을 위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현재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저조한 수익률과 높은 수수료라는 뚜렷한 한계에 부딪혀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 연기금들과 글로벌 연기금들이 높은 수익을 낼 때 우리 퇴직연금 수익률은 3~4% 대에 머물렀다”며 “반면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수수료 수입은 운용 성과와 무관하게 7년간 약 98%나 폭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와 같은 저조한 수익률, 높은 수수료 구조는 자산운용 전문가가 아닌 사용자 또는 가입자가 직접 상품 운용을 지시하는 계약형의 한계”라며 “이에 저는 기금운용 전문 기관이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병행 도입하는 내용의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지난 2일 대표 발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용우 의원안은 민주당 당론은 아니다.
이용우 의원안은 현행 계약형을 유지하면서 금융기관개방형과 연합형, 공공기관개방형,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등 4가지 형태의 기금형을 병행하도록 했다. 국민연금공단과 공무원연금공단, 사학연금공단 등 공적연금관리기관도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다만 공적연금관리기관이 관리하는 기금형 적립금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을 기준으로 시행 뒤 3년까지 10%, 4년까지 20%, 5년까지 3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공적연금의 운용 전문성을 활용하면서도 민간 금융시장 잠식 우려를 줄이려는 장치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553조9천억 원에 이른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위한 국회 논의는 이미 여러 갈래로 진행돼 왔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공단 참여안과 노사 비영리 수탁법인형을 각각 제안했고,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민간 퇴직연금사업자의 전문운용사 경쟁형을 내놨다. 안호영 민주당 의원도 퇴직연금 관리와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운용 등을 담당하는 별도 퇴직연금공단 신설안을 발의했다.
한정애 의원의 발의안과 안도걸·안호영 의원 발의안은 모두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번 이용우 의원 발의안은 민간 금융기관형과 노사 연합형, 공공기관형 등을 한 제도 안에 병존시키는 구조로 기존 논의를 종합한 형태에 가깝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지난해 10월 퇴직연금 기능강화 노사정 태스크포스 출범을 시작으로 올해 2월6일 노사정 공동선언과 2월23일 당정협의, 3월 실무작업반 가동 등을 거치며 구체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사정은 기존 계약형을 폐지하지 않고 기금형을 병행하면서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를 추진한다는 큰 원칙에 합의했다.
민주당과 정부는 올해 2월 당정협의에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의 연내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정부는 3월11일 기금형 세부 제도안을 7월까지 마련한다는 일정을 내놨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했던 7월을 넘겨서도 최종 제도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이 28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 첫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이처럼 정부 논의가 길어지는 배경에는 기금형 도입 자체보다는 ‘누가 기금을 만들고 실제 돈을 굴릴 것인지’를 둘러싼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공공형 기금 참여 범위와 민간 수탁법인의 인가 기준 및 운영 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도 아직 남아 있다.
이와 별도로 가입자가 별도로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을 때 기금형에 자동편입할지와 기금형에서 다시 계약형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이동권을 어느 수준까지 보장할지도 노사 사이 쟁점으로 남아 있다.
금융권 의견수렴 일정도 거듭 미뤄졌다.
정부와 금융권의 퇴직연금사업자 최고경영자 간담회는 당초 9월2일에서 같은 달 15일로 미뤄진 뒤 추석 이후로 다시 연기됐고 이번달 2일로 재조정된 일정도 성사되지 못했다.
다만 최근에는 퇴직연금 개편 논의가 고용노동부 실무작업반을 넘어 범정부 차원의 조율 단계로 올라섰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취임 뒤 첫 경제현안간담회에서 퇴직연금 제도개선을 안건으로 올렸다. 고용부와 금융위원회, 기획예산처와 청와대 경제성장수석 등이 함께 논의한 뒤 추가 협의를 거쳐 정부 방침을 확정하기로 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달 29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실무작업반을 통해 기금형 설계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민연금 참여 방식을 포함한 핵심 운용주체 문제는 여전히 최종 조율 대상으로 남아 있다.
이용우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 뒤 취재진과 만나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다뤄지고 국정과제로 담겼다”며 “지난한 논의과정이 있었고 노사정 합의를 선언의 방식으로 발표한 바도 있고 실무 단위에서 굉장히 많이 해오고 있고 마무리됐다. 그런 부분을 반영해서 정부가 일정 방향과 구체적 개정안까지도 만들어가고 있는데 마무리 단계인 듯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참여 범위와 수탁법인 인가 및 지배구조, 가입자의 자동편입과 이동권을 둘러싼 합의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가 실제 제도화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월 국정감사와 연말 예산심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이달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는 퇴직연금 제도개선 방향에서 공적연금의 참여 범위와 수탁법인 구조 등 핵심 쟁점을 얼마나 구체화하느냐가 연내 입법 가능성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환노위 사정에 밝은 한 여당 관계자는 7일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노사정 협의 및 합의를 통해서 큰 틀이 마련되면 국회로 논의가 넘어간 이후 해당 소위에서 여러 의원안들과 함께 병합심사 될 전망”이라며 “연내 입법을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석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