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여야 정치권에서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를 축소하거나 재설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국방부도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한 보충역의 궁극적 감축·폐지를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해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실제 제도 개편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비롯한 특례 인정 기준을 어디까지 줄일지와 함께 선수들의 기량 유지 대책과 비인기 종목의 위축을 막을 보완책도 함께 구체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이 8월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옛 청사 복귀 뒤 첫 정례 언론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국방부가 예술·체육 요원을 포함한 보충역 감축·폐지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아시안게임 금메달 특례 기준과 선수 대책이 앞으로 제도 개편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연합뉴스>


6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남자축구 대표팀 일부 선수의 병역특례 관련 언행을 계기로 예술·체육요원 제도의 존폐와 적용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선수는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군 면제'를 강조하거나 '전역모'를 쓴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비판을 받았고, 이후 사과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진행된 정례 언론브리핑에서 "예술·체육 요원을 포함한 보충역의 감축·폐지를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해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병역의무자 간 형평성과 공정성, 병역자원 감소 상황, 국민적 공감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53년 전 병역 특례, 이제는 재정비해야 한다"며 "대상과 기준을 단계적으로 줄여가는 점진적 개편이 현실적 해법"이라고 적었다. 김 의원은 인구 감소로 병역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특정 분야의 성과에 따라 병역 부담을 달리하는 제도를 계속 유지하기 어렵기에 단계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민홍철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병역특례의 기준과 형평성이 모호하다며 제도를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도 개편 요구가 나왔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5일 논평에서 종목별 경쟁 수준과 국제적 위상 등을 종합해 기준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도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따른 병역 혜택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정치인들이 제도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지만 개편 방안에 관한 합의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아시안게임을 특례 인정 대회에서 제외하는 것과 일부 종목의 기준을 조정하는 것, 예술·체육 요원 제도 전체를 폐지하는 것은 대상과 영향이 서로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대회와 종목, 성적까지 병역특례를 인정할지 등 구체적 축소 기준은 앞으로 마련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체육요원 편입 기준이 대통령령에 규정돼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을 내놓을지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병역법 제33조의7은 예술·체육요원의 구체적 편입 대상 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올림픽 3위 이상과 아시안게임 1위 입상이라는 현행 기준은 병역법 시행령 제68조의11에 규정돼 있어 법률의 위임 범위 안에서 시행령 개정으로 조정할 수 있다.

정치권이 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데서 더 나아가 정부에 어떤 기준 변경을 요구할지, 정부가 문화체육관광부와 체육계 등의 의견을 반영해 어느 수준의 개편안을 마련할지가 향후 논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는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을 위해 1973년 도입돼 50년 넘게 운영돼 왔다. 1990년 체육요원의 편입 대상을 올림픽 3위 이상과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로 축소했다. 현행 제도에 따라 체육요원으로 편입된 선수는 현역 복무 대신 보충역으로 2년10개월 동안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특기를 활용한 공익복무 544시간을 수행해야 한다.

병역의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선수 활동을 계속하면서 병역을 이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역 복무를 위해 학업과 생업을 중단하는 청년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반복돼 왔다.

제도 도입 취지인 '국위선양'을 어떤 성과로 인정할지도 쟁점이다. 특정 국제대회 입상 여부만으로 예술·체육 요원 편입 자격을 인정하는 방식이 다른 분야에서 국가의 위상을 높인 청년들과의 형평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지, 종목마다 다른 경쟁 여건을 어떻게 반영할지 등을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역대 정부는 특례 축소가 체육 생태계와 비인기 종목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현행 기준을 유지해 왔다.

정부는 2019년 11월 '병역 대체복무제도 개선방안'을 확정하면서 예술·체육 요원 제도의 전면 폐지까지 검토했지만 지속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정부는 예술·체육 요원 편입 인원이 연간 45명 안팎으로 제도를 폐지하더라도 병역자원 확보 효과가 크지 않고 국제대회 성과가 국민 사기 진작과 국가 위상 제고에 기여한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특히 당시 정부는 아시안게임을 인정 대회에서 제외하면 일부 비인기 종목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기준을 유지했다. 대신 국가대표 선발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을 택했다.

▲ 3일(현지시각)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일본을 이기고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개편 논의가 실제 기준 축소로 이어지려면 당시 제도 유지의 근거가 됐던 문제에도 답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례 축소가 선수들의 훈련과 기량 유지에 미칠 영향을 살피고 종목별 선수 활동 기간과 훈련 여건을 고려한 복무 방안,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원 등 보완책을 함께 검토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특례 인정 대상을 줄이는 것과 별도로 기존 특례 대상자의 복무 부담을 높여 형평성을 보완하려는 입법 움직임도 나왔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2일 병역법과 군인복지기금법, 부담금관리 기본법 개정안 등 '예술·체육 병역특례 기여금 도입 3법'을 대표발의했다. 예술·체육요원이 의무복무 기간에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얻으면 기여금을 부과해 이를 군인복지기금에 귀속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소득이 적은 예술인과 비인기 종목 선수의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고소득 특례 대상자의 경제적 이익 일부를 일반 장병 복지에 활용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이는 특례 인정 대상의 축소와 별도로 복무 과정의 경제적 격차를 보완하려는 접근이다. 다만 소득 일부를 환원하는 것과 특정 성과에 따라 현역 복무 대신 다른 방식의 병역 이행을 인정할지는 별개의 문제인 만큼 편입 기준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보충역의 궁극적 감축·폐지 추진 계획을 밝힌 만큼 앞으로 논의의 초점은 구체적 축소 기준과 보완책 마련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비롯한 특례 인정 범위를 어디까지 줄일지와 선수 기량 유지·비인기 종목 지원 방안을 함께 제시할 수 있느냐가 이번 개편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