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건설이 연초 한남4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 삼성물산에 패배한 뒤 올해 도시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압구정 2구역 재건축에서 설욕을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맞은 편에 래미안 브랜드 홍보를 위한 라운지를 열었는데 이에 맞서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 상표권 출원을 통한 밑작업에서부터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현대건설 '최대어' 압구정2구역 재건축서 삼성물산에 설욕 준비, 브랜드 작업부터 총력전

▲ 현대건설이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사업을 따내기 위해 상표 출원 단계에서부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12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지난 2월 상표권을 출원한 '압구정 현대'를 사수하기 위해 대형 법무법인까지 선임하며 총력전에 나섰다.

특허청이 '압구정 현대' 상표권 출원과 관련해 이미 등록된 상표와 유사성을 보정하기 위한 의견제출을 현대건설에 요구한 데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압구정 現代)'와 '압구정 현대아파트(압구정 現代아파트) 등 4건의 상표권을 출원하고 우선심사를 진행했는데 유사성 보정 요구를 받으면서 법무법인 광장을 통해 보완 의견을 제출할 계획을 세웠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975년 현대건설이 시공했는데 한강변 고급 주거단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모두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압구정 2구역이 가장 속도가 빠르다.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사업은 오는 6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가 예정돼 있으며 오는 9월 하순 재건축 조합 총회에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압구정 2구역은 사업비만 총 2조4천억 원 규모로 올해 도시정비사업의 최대어로 꼽힌다. 한강변 단지로 압구정역 역세권인 데다 한강공원·현대백화점 등 도보권에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압구정 현대 상표권 출원을 차질 없이 이뤄내기 위해 대형 법무법인까지 선임한 것은 압구정 2구역 시공권을 반드시 따내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압구정 2구역 재건축은 주요 대형 건설사들이 모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삼성물산이 압구정 현대아파트 바로 맞은 편에 래미안 브랜드 홍보를 위한  '압구정 S.라운지(Lounge)' 열어 이 지역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건설업계에선 도시정비에서 선별수주 기조가 뚜렷한 만큼 시공능력평가 1, 2위 업체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모두 뛰어든다면 주요 건설사들이 물러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1조5천억 규모의 한남4구역 재개발에 이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압구정 2구역에서 다시 맞붙을 공산도 크다.
 
현대건설 '최대어' 압구정2구역 재건축서 삼성물산에 설욕 준비, 브랜드 작업부터 총력전

▲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조감도. <서울시>


올해 들어 4월까지 도시정비 수주 성적표는 삼성물산이 건설업계 선두를 달리며 현대건설에 비해 압도적 우위에 있다. 삼성물산은 5조213억 원을 따내 현대건설의 1조4282억 원과 비교해 3배 이상의 수주를 따냈다. 

현대건설은 삼성물산뿐 아니라 롯데건설(2조5354억 원), GS건설(2조1949억 원), 포스코이앤씨(1조4532억 원)에도 뒤쳐져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으로 도시정비사업 선두에 올랐던 저력이 있는 만큼 압구정 2구역 같은 대형 사업지의 승부에 따라 하반기 판세는 얼마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건설업계에서는 또 아무리 대형업체라고 해도 압구정 6개 재건축 사업지 전체에 모두 도전할 수는 없는 만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각자 판단에 따른 수주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압구정 재건축에 의지를 보이는 건 맞지만 이미 올해 도시정비 수주 목표를 모두 채워놓았다"며 "그런 만큼 자체 전략에 따라 압구정 2구역 대신에 서울숲을 맞은편에 둬 사업성이 우수한 것으로 여겨지는 압구정 3구역 수주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