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이 발간하는 보고서에서 일부 종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국내증시 선진화를 앞두고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만큼, 괴리율 등 애널리스트들을 제약하는 제도들에 제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증권가 애널리스트 보고서 '쏠림 현상' 심화, 금감원 '괴리율 의무' 문제없나

▲ 여의도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분석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괴리율은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목표주가가 실제 주가 추이와 얼마나 일치했는지 알려주는 비율이다. 

6일 KB증권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이 보고서를 통해 분석하고 있는 종목의 수(매 3개월 기준)는 현재 약 724개로 집계됐다.

2022년에는 1천 개에 육박했으나 약 30% 감소한 것이다. 현재 국내증시 상장사가 2500곳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분석이 이뤄지고 있는 종목의 비율은 29%에 그친다.

그런데 같은 기간 애널리스트 1인당 보고서 발간 건수는 연간 약 50개에서 61개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하는 종목의 숫자는 줄어든 반면, 분석의 대상이 된 종목들에 대한 보고서 숫자는 늘어났다는 얘기다.  

애널리스트들의 주목을 받는 종목은 방산·건설·음식료·엔터·소프트웨어·조선·은행 등 대부분 시장 주도주로 나타났다. 

이미 주가가 상승추세에 있으며 자료도 많아서 분석이 편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마디로 주가가 오르는 인기 업종을 집중해서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분석 범위를 넓히진 않지만 인당 평균 보고서 수와 종목당 평균 보고서 수가 많아지고 있다”며 “맞출 수 있는 자신 있는 종목만 집중해서 깊게 분석하는 것”이라 말했다.

이어 “주도주를 집중해서 분석한다는 뜻”이라 평가했다.

국내증시가 선진화를 고민하는 시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으로는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널리스트들의 역할 가운데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이 잠재력은 높으나 아직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새로운 종목 발굴’이기 때문이다.

다만 애널리스트 업계 위축은 상장사 눈치보기 관행 등 구조적인 문제가 많아, 단기간에 극복하긴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가 애널리스트 보고서 '쏠림 현상' 심화, 금감원 '괴리율 의무' 문제없나

▲ 증권사 보고서 내 목표주가 괴리율의 예시.

그럼에도 당장에 개선 가능한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도가 거론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자본시장 개선을 위해 2017년 목표주가 괴리율 제도를 도입했다. 

애널리스트들이 앞서 제시한 목표주가가 이후 실제 주가 추이와 얼마나 일치했는지를 자기 보고서에 반영하라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실적으로 대표되는 펀더멘털(기초역량) 등 정량적 역량을 주로 활용해 주가를 예측한다.

그런데 주가는 그 뿐 아니라 여러 돌발적인 요인에 의해 움직이는 일이 적지 않다. 주가를 정확히 맞추는 게 근본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이유다.

이같은 상황에서 괴리율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자신의 보고서에 스스로의 오류를 명기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애초에 목표주가라는 것도 미래에 대한 대략적인 방향을 담은 것일 뿐, 점쟁이처럼 정확히 맞추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런데 애널리스트들이 목표주가 괴리율로 인해 눈치를 보게 되면서 대형 인기주처럼 주가 예측이 쉬운 종목에 주목할 뿐, 신규 종목 발굴 등 도전적인 분석들을 기피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민규 연구원은 “주가와 실적전망이 올라가는 ‘추세가 있는 주도주’는 그렇지 않은 종목보다 상승을 지속할 확률이 높다”며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주도주를 집중해서 분석하면 자신이 분석한 종목의 주가가 오르는 것을 바라볼 확률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실적을 예측하기 어려운 종목보다 예측이 수월한 정보가 많은 종목을 분석하는 것 역시 예측가로서 능력이 있다는 생각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목표주가 괴리율 도입 이후 실제로 거둔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2024년 발간된 한국증권학회지 제53권 1호의 ‘목표주가 괴리율과 공시제도 효과 연구’는 괴리율 공시제도 시행 전후 8년의 기간에 대하여 그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목표주가 오류는 괴리율 공시제도 도입 이후 유의미한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증가하였으며 목표주가 달성 가능성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괴리율 공시제도가 목표주가 괴리율과 오류를 줄이고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그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도 분석됐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