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라인 아버지' 신중호도 '네오위즈 마피아', 이해진 신중호의 네이버 복귀 고려할까

▲ 신중호 라인 최고상품책임자(CPO)가 2020년 9월10일 일본에서 열린 '라인데이 2020'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라인 재팬 공식 유튜브 갈무리>

[씨저널] “당신을 선택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언뜻 들으면 연인에게 전하는 달콤한 사랑의 맹세처럼 들리는 이 이야기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가 신중호 라인 CPO(최고상품책임자)에게 건넸다는 말이다.

신중호 CPO는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다. 신 CPO는 일본 사업을 책임지고 살려내라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의 ‘특명’을 받고 2008년 도쿄로 건너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결국 2011년 라인을 출시했다. 

신중호 CPO는 라인의 초기 기획부터 출시, 일본과 동남아 시장 확산 전략까지 모든 과정에 깊이 관여하며 라인을 네이버의 글로벌 대표 서비스로 키운 주인공이다. 

하지만 최근 라인 내에서 그의 입지는 크게 달라졌다. 2024년 한국을 뜨겁게 달궜던 ‘라인 사태’ 이후, 신중호 CPO는 라인 사내이사에서 물러나 CPO의 업무만 하고 있다. 회사 내에서 영향력도 크게 감소했으며 경영에서 사실상 배제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빅테크 AI 전쟁터에서 ‘중과부적’ 네이버, ‘신중호 복귀론’ 고개드는 이유

이런 상황에서 신중호 CPO가 네이버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네이버는 현재 인공지능(AI)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다시 한 번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기술경쟁 속에서, 자본도 인력도 데이터도 부족한 네이버가 ‘중과부적’의 상태에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네이버의 AI 기술은 여전히 클라우드·검색·콘텐츠 등에서 개별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집중돼 있으며, 오픈AI·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하면 생태계 확장 면이나 인공지능의 학습 데이터 면에서 한 발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이버는 초거대 인공지능 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검색과 광고, 커머스 서비스 전반에 AI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신중호 CPO가 네이버에 필요한 시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상황에서 네이버에게 절실한 것은 네이버의 각종 서비스에 정통하면서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획력도 갖추고 있는 인물인데, 그런 인물이 바로 신 CPO라는 것이다. 

◆ 검색과 AI 기반 서비스 기획 경험, 다시 주목받는 기술 리더십

신중호 CPO는 라인의 성공 이후 계속해서 라인 조직에만 몸담았던 인물이 아니다. 신 CPO는 2017년 네이버의 검색 부문과 AI 플랫폼 ‘클로바’를 통합한 ‘서치앤클로바’ 조직을 총괄했던 경험이 있다.

신 CPO는 당시 서치앤클로바를 이끌며 네이버의 기술 기반 전략 수립에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검색, 자연어 처리, 추천 시스템 등 서비스 구조의 근간을 기획하고 설계해본 몇 안 되는 인물이라는 뜻이다. 

신 CPO는 ‘네오위즈 마피아’, ‘첫눈 마피아’의 일원으로서 대한민국 IT 업계의 ‘살아있는 전설’같은 인물이기도 하다. 

네오위즈 마피아, 첫눈 마피아는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의 첫 번째, 두 번째 벤처기업이었던 게임회사 ‘네오위즈’와 검색엔진 ‘첫눈’의 설립에 참여했던 사람들로 구성된 인적 네트워크다. 

신 CPO는 네오위즈와 첫눈에 모두 관여했던 인물이다. 첫눈이 구글에 회사를 매각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을 때, 구글이 아니라 NHN에 매각하도록 이해진 창업주가 신 CPO를 설득했다는 일화도 있다.

◆ ‘로컬라이제이션’이 아니라 ‘컬쳐라이제이션’, 이해진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했던 신중호

신중호 CPO는 이해진 창업주와 단순한 동료 이상의 관계를 다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두 사람은 네이버의 일본 시장 진출 초기부터 함께 했으며, 라인이 네이버의 글로벌 매출을 견인하던 시기에는 사실상 전략과 실행의 양 축을 맡아 협업해왔다. 

일본 언론 니혼게자이신문에 따르면, 이해진 창업주는 신중호 CPO를 일본으로 보내면서 네이버가 한국에서 성공했던 경험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다른 지역에 진출할 때 생각하는 ‘로컬라이제이션’을 생각하지 말고, 아예 그 사회의 문화 자체를 흡수하는 ‘컬쳐라이제이션’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 CPO는 그 조언을 충실히 따라 한국 시장 성공의 비결이었던 ‘지식인’서비스를 과감하게 버렸다. 이미 야후 등에서 제공하는 유사 서비스가 정착해 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해서다. 

신 CPO가 지식인 서비스의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모바일 메신저’였다. 라인의 성공이 사실상 이해진 창업주의 조언과 그 조언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실행한 신 CPO의 ‘콤비 플레이’에서 시작된 셈이다. 
[씨저널] '라인 아버지' 신중호도 '네오위즈 마피아', 이해진 신중호의 네이버 복귀 고려할까

▲ 일본의 라인주식회사(LINEヤフー株式会社) 홈페이지에 소개돼 있는 신중호 라인 최고상품책임자의 약력. 2023년 10월에 '대표이사 CPO'에서 2024년 6월 'CPO'로 변경돼있다.  <라인주식회사 누리집 갈무리>

◆ 일단락 된 ‘라인 사태’, 이해진은 신중호 복귀 생각하고 있나

네이버의 일본 사업이 계속해서 난항을 겪고 이 때문에 이해진 창업주가 한국의 네이버 이사회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을 때의 일이다. 

“당신이 (일본 사업을) 그만두지 않으면 이해진 창업주가 사퇴할지도 모른다”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던 신 CPO는, 일본을 찾아온 이해진 창업주에게 “사업을 그만둬야 하는 기준을 알려달라, 언제까지 무엇이 안되면 일본에서 철수하면 되는가”라고 물었다. 

“언제든 그만둬도 좋다. 하지만, 당신이 포기하면 일본 사업은 거기서 끝이다.” 이해진 창업주의 대답이었다. 신중호 CPO가 일본의 니혼게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밝힌 일화다.

신중호 CPO는 라인 사태 직후 “보안 관련 이슈가 나온 것은 CPO인 내 책임도 있다”며 “나는 라인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인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신중호 CPO가 라인에서 나오게 되면 라인의 경영진 가운데 한국인이 한명도 남지 않게 된다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이해진 창업주가 네이버 사내이사로 복귀하면서 20년 동안 함께했던 ‘소울메이트’인 신중호 CPO를 다시 네이버에 복귀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네이버의 라인 지분 매각을 강력하게 요구하던 일본 정부의 태도가 달라지면서 라인을 일본에 빼앗길 염려가 줄어들었다는 것도 신 CPO의 네이버 복귀 가능성은 높여준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지난해 말 직원들에게 보낸 연말 서한에서 라인 사태를 두고 “단기적인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중장기 전략을 유지하면서 라인야후와 협업 구조를 현지에 맞게 정비하는 유의미한 기회가 됐다”고 긍정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윤휘종 기자